이석문 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꿈드림 센터장

 
 

봄기운이 무르익으면서 제법 햇살이 따사롭다. 아침 안개가 자욱하긴 하지만 그래도 낮 동안에 펼쳐지는 햇빛은 겨우내 움츠린 마음을 조금은 녹여주는 것 같다.

집 앞 나뭇가지에 앉은 참새소리도 한결 청아하게 들린다. 새들도 봄을 애타게 기다린 듯하다. 누구에게나 봄은 기다림이며 설레임이다. 농사를 짓는 농사꾼에게도 봄은 일년 농사의 시작이다.

창고에 녹이 슨 농기구를 챙기는 농부의 손놀림도 분주하다.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기쁨이며 희망이기도 하다. 호미질을 하든 삽질을 하든 괭이질을 하든 쓰임에 따라 활용될 때 농기구도 윤이 난다. 청소년들에게 있어서도 다양한 체험이 필요한 실정이다.

청소년들에게 지식교육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다양한 체험을 통한 개념을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다. 더욱이 청소년기는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체험을 통해 진정한 정체성을 체득할 수 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청소년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체험을 추진했다. 그중에서 꿈드림 청소년들과 함께한 농촌체험학습은 인상깊다. 상추, 토마토, 고구마, 땅콩, 가지, 오이, 고추 등을 직접 재배하여 도시락데이가 있는 날에는 풍성한 점심 먹거리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농촌지역에 사는 청소년들도 농사일에 직접 참여하여 경험해 본 청소년들이 적은 편이다.

처음 상추 등 밭작물을 심어보는 청소년들이 대부분이었다. 땡볕이 내리쬐는 밭에서 상추 묘종 등을 직접 식재할 때는 힘들어 하면서도 본인이 재배한 농작물을 직접 수확하여 먹거리로 활용될 때는 뿌듯해 했다. 청소년들에게는 작은 성취감이 중요하다. 밭에서 수확한 고구마는 인근 지역아동센터에 직접 전달해 주기도 했다.

자신이 직접해본 수확물로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이타적인 공동체 문화를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은 교실에서 지식교육으로 체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직접 심은 채소에 물을 주고 정성스럽게 가꾸어가면서 수확한 채소가 싱그러움을 안겨줄 때 느끼는 감동은 벅찬 희열로 다가온다. 농촌체험학습은 청소년들의 다양한 체험활동 중 하나이지만 체험학습이 주는 산 교훈은 자신이 몸소 경험함으로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있어 체험은 지식교육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영역을 경험으로 축적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가는 세태에서 지식은 아마도 스마트폰에 다 들어와 있는지도 모른다. 굳이 백과사전을 들추지 않아도 스마트폰에는 시시각각으로 축척된 데이터의 양이 방대하다.

스마트폰에 입력된 지식과 정보를 잘 찾아 활용하는 기술과 능력이 더 필요한 시대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성은 지식교육으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자신이 체득한 지식을 체험 활동을 통해 인지할 때 비로서 인성 함양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자아형성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나다움의 정체성을 체득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노력의 과정이다 . 정체성의 본질은 자신의 사고와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그 의미가 나를 납득시킬 수 있을 때 정체성이 확립된다. 코로나 백신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돼 하루빨리 다양한 체험활동이 개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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