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에 편리함과 윤택함을 주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불법을 저지르는 방식도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역시 그중 하나인데 최근 5년간 발생한 불법 촬영 범죄는 약 3만여건 실제 범죄는 경찰 공식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N번방’‘박사방’등의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전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이 사건들의 피해자에는 10대 어린 아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더욱 충격이었는데 이 사건뿐만 아니라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사건, 지인의 사진과 나체 사진을 합성한 지인 능욕 등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성범죄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한국 디지털 성범죄 실태 보고서에는 한국에 만연한 디지털 성범죄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한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과 기술적 발전에 비해 성 평등은 그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는 정부와 기업이 인권 중심적인 보호장치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적 혁신이 어떻게 젠더 폭력을 조장하는지를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인터뷰에 응한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은 다양한 피해 상황을 증언했다.

한 피해자는 남자친구의 휴대전화 속에서 자신을 포함해 이전에 사귀었던 연인들을 몰래 찍은 사진을 발견해 신고했고 다른 피해자는 한 남성이 집 인근 건물 위에서 자신을 촬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가해자가 경찰에 붙잡힌 뒤에야 알게 됐다.

디지털 성범죄의 또 다른 유형은 불법 촬영한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유포,재유포하고 유통,소비하거나 또는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행위 등이다.

이러한 행위들은 성폭력처벌법뿐만 아니라 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형법 등에 의해 처벌된다.

이와 같은 범죄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피해자 지원을 확대하고 예방교육을 확대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자 지원과 예방교육만으로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불법 피해 촬영물이 끊임없이 유통되는 이유는 웹하드 카르텔과도 연관이 있는데 웹하드 카르텔은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디지털 장의업체 간의 카르텔을 말하며 이러한 담합이 불법 피해 촬영물을 끊임없이 유통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적극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며 사회적으로는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비난하는 것을 멈추고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집단적 행동과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유출시 범죄에 악용될 수 있으므로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올리거나 타인에게 전송하지 않도록 하며 그 어떤 경우에도 동의하지 않은 촬영, 성적 이미지 합성, 유포, 협박은 범죄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여야만 한다.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신뢰할 수 있는 기관과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2018년 개소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피해자 상담과 피해 촬영물 삭제, 수사 지원에 이르기까지 무료로 진행되며 재유포 방지까지 돕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었을 경우 여성긴급전화 1366 혹은 사이버 경찰청 112를 통해 24시간 신고할 수 있다.

안전한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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