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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섭산의 바람소리 임옥순<5월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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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5.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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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꽃 향기가 코 끝을 간지럽히는 5월이면 농촌에서는 가장 바쁘다.
고추 심으랴, 참깨 심으랴, 모내기 햐랴 올해는 봄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모내기 하기가 더욱 힘들다.
서로서로 먼저 자기 논에 물을 들일려고 물고 앞에선 이웃간의 언쟁도 자주 들린다.
옛말에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모습과 자기 전지에 물들어 가는게 제일 보기 좋다고 했지만 어디 다투어서 될 일인가.
오늘도 남편은 트렉터를 가지고 남의 논을 살무러 갔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농기계 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모내기는 물이 되는데로 조금씩 내 혼자 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바쁘기만 하고 일이 줄어들지 않는다.
논 일 이라는게 진흙과 싸우는 일이라서 손 발 얼굴 조차 진흙이 묻어 자가용 타고 지나가는 도회지 사람들이 보면 저런 아줌마도 남편이 있을까 궁금해 할 것같아 창피해서 좋은 차만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인다.
요즘 내가 저녁에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면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이 각설이와 다를 바 없이 낮선 사람처럼 느껴진다.
머리는 파마도 못해서 덮수룩하고 얼굴은 봄볕에 너무 그을려 몰골이 말이 아니다.
서산 마루에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찾아들면 개구리 울음소리 또한 요란하다.
어금이를 힘주어 다물고 지친 몸을 이끌고 한걸음 한걸음 집으로 돌아와서 현관 문 열고 모자 양말 벗어 던지고는 오늘도 또 하루 잘 살았구나 싶은 마음에 반은 미소 반은 한숨이 흘러나온다.
그래도 하루 종일 지친 몸을 깨끗이 씻고 두다리 쭉뻗고 쉴 집과 저녁이면 만나는 가족이 있다는게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 일인가 생각하며 내심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쁘게 저녁을 준비한다.
밖에는 불빛과 함께 트렉터소리가 요란하다. 하루종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삐도 움직이던 남편이 돌아 왔나보다.
남편의 몸은 또 얼마나 지쳤을까 걱정하며 대문 밖을 나가자 흙 물이 얼굴까지 튀어 오늘도 바쁘고 힘든 하루였음을 짐작하게 하지만 그래도 그이는 지친 모습 보다는 환한 웃음으로 내 모습을 다독이며 위로한다.
아마도 그이는 힘들어 지친 모습보다는 가장으로서 강한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 줄려고 웃는 모습 같아 더욱 안스럽다.
긴 노동후의 짧은 저녁 시간은 내겐 어머니의 품안 처럼 평온하다. 잠이 들기전 하루 일과가 필름이 흘러가듯 스치고 나면 내일 할 일을 계획하다가 문득 모범 택시 운전사가 교통법규대로 달리다가 가끔은 일차 선에서도 씽씽 추월을 하며 질주하듯 우리의 일상 생활도 그렇다.
오늘만 날인것 처럼 세상일을 과속하듯 달려가보면 어떤 사람은 제한 속도 규정대로 느긋하게 운전하는 사람과 별 차이없이 신호등 건널목 앞에서는 다같이 만나는 것을...
더 이상의 욕심 부리지말고 오늘 열심히 살은것에 만족하며 서로의 그늘에서 가쁜 숨 돌려가며 내일도 또, 모레도 한걸음 한걸음 걸아 가리라.
<가섭산의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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