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요즈음 누구 나를 막론하고 코로나사태에, 장마에, 폭염에, 민생고에, 정치인들의 내로남불 진흙탕 싸움에 짜증스럽고 불행하다고 아우성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 헤이즈’는 “행복(幸福)은 정상(正常)이 아니다.”라고 했다. 우리가 당연하게 행복한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하지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 때 괴로워한다. 남들은 행복한데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면서 비관에 빠진다. 마치 행복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스티븐 헤이즈’는 심리적 문제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고 말한다. 행복이 정상(正常)이라고 가정하면 행복하지 않은 자신이 비정상(非正常)이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행복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자신은 언제나 정상인 것이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를 후회하며 살고, 어떤 사람들은 미래를 걱정하며 산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 살 수 없으며, 미래를 당겨 살 수도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현재 뿐이다. 허나 이 현재는 과거를 밑거름으로 싹튼 현재, 미래를 향해 자라나는 현재이어야 한다.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진 웹스터’의 원작소설의 영화 ‘키다리 아저씨’에서 여주인공 영미가 “아저씨! 저는 행복의 비밀을 알아냈어요. 그것은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지금 이 시간을 최대한 즐겁게 사는 거예요.”라며 행복의 비밀을 알았다고 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금이 네 가지가 있다고 한다. 황금은 영원히 변하지 않고, 소금은 맛을 내며 부패를 방지하며, 현금은 원하는 물질적 욕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금중에 제일 소중한 금은 바로 ‘지금’이다. 행복하게 사는 법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팬하우어’는 너무 불행해지지 않는 방법은 너무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72년에 걸친 하버드대학교 ‘인생관찰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은 ‘행복의 비밀’이란 책이 있다. 이 연구보고서는 1937년에 시작돼 하버드 입학생들의 72년 동안의 인생을 추적했다. 연구는 우울한 유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도 어떤 장년기를 보내느냐에 따라 긍정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학문적으로 입증했다.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저자는 ‘방어기제’를 꼽고 있다. 같은 일을 겪고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른 건 방어기제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같은 일에 웃어넘기고, 어떤 사람은 분노하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 탓을 하고, 어떤 사람은 외면하는 것이다. 이 책에 의하면 유머나 인내심 같은 방어기제는 사람을 끌어당긴다고 했다.

한편 자기회피나 건강 염려증 같은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자신에게 순간적인 위안이나 만족을 주지만, 타인에게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간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온다고 했다. 행복이 지속되거나 쉽게 저축되지 않는 이유는 어떤 일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 아무리 크더라도 적정선을 넘어가면 더 이상 증폭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행복의 평균값’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우리는 행복이 크기가 아닌 빈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큰 행복을 기다리느라 자잘한 행복을 놓쳐선 안 되는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단어가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또는 그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을 말한다. 소확행을 추구하는 이들은 행복이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강렬한 기쁨도 결국 시간 앞에서 사그라지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에서 자주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이 행복의 원천이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소확행이 모든 고민의 답은 아니다. 그러나 소확행은 미래를 위해 계속 꿈을 꾸되 지금 이 순간의 행복 또한 놓치지 말자는 의미다. 미래와 현재의 균형을 잘 맞추며 현재를 즐기는 것이 현명하게 소확행을 누리는 방법이다.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을 수 있다. 모두가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이유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자꾸 찾을 때 우린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사람은 ‘경험’을 사는 데 돈을 쓰고, 불행한 사람은 ‘물질’을 사는 데 돈을 쓴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행복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 역시 그렇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Hegel)이 이런 말을 했다. ‘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당신 마음의 안쪽에 있다. 그러므로 당신의 마음을 여는 것도, 닫는 것도 당신의 자유일 뿐이다.’ 그렇다. 행복의 문을 여는 것도 닫는 것도 당신의 마음손잡이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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