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꿈드림센터장

 
 

청소년들에게 지금 너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의외로 사람간의 관계도 힘들어 한다. 가족 구성원들 간에도 부모·자식 간의 관계, 형제자매 관계, 학교에서 교사와의 관계, 또래 친구들 간의 관계, 상급학생 간의 관계 등의 이유로 힘들어 한다.

더욱이 청소년기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 되묻고 때로는 좌절도 하면서 시련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간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사람으로서 사는 것은 개인적인 개체적인 삶이지만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인간은 사람 사이의 존재이기 때문에 관계 속에서 자아를 실현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의미는 인간의 관계 속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사회적 윤리와 도덕, 법과 질서를 벗어날 수 없다.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지만,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공동체 속에서 조화로운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관계 맺기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 영국에서는 1주일 일에 1시간씩 초,중,고 학생들 대상으로 관계수업을 진행 중이다. 덴마크에서는 7살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시까지 행복수업을 진행한다.

어쩌면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의 본성에 기초를 둔 관계수업과 행복수업 등이 더 절실한지도 모른다.

입시를 위해서는 수학의 공식과 영어의 한 문장이 중요할지 몰라도 인간으로서 평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인간으로서의 관계 맺는 훈련, 작고 사소하지만, 매사에 긍정적으로 감사하고 타인이 감정을 추론하며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인 ‘에릭 프롬’은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고 기술을 익히려면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랑하는데 왠 기술이 필요하냐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랑은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이지 뭘 배운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프롬은 많은 이들이 사랑을 얘기하면서 사랑하는 것은 간과하고 사랑받는 것만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니고 의지와 능력의 문제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사랑하는 법과 사랑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일을 하다가 실패하면 실패의 원인을 찾고 배우려 하는데 사랑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랑을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미술, 음악, 건축, 공학, 예술, 의학 등을 배우듯 사랑의 기술을 배워야만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오랜 연습과 훈련 속에서 터득한 숙련성이 나중에 곡을 이해하고 예술적 감수성을 향상시키고 음악을 사랑할 수 있게 되듯이 사랑도 의지와 절제, 인내 속에서 반복 실천해야 우리도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프롬은 돌봄, 책임, 존경, 지식의 네 가지를 사랑의 기본적 요소라고 제시한다.

화분에 풀꽃 하나를 키워도 풀꽃의 생리를 배우고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배치한 후 물을 적당히 주어야 풀꽃은 잘 자랄 수 있다.

꽃을 사랑한다고 말을 하면서 화분에 물 주는 일에 관심이 없다면, 그 꽃은 시들어 죽을 것이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했듯이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관심과 돌봄이 중요한 요소이다.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책임과 존경도 중요한 요소로서 내가 나를 책임지듯 상대를 책임지고 소유와 지배가 아닌 자유로운 상태에서의 존경이 이뤄져야 한다.

사춘기를 맞은 청소년들에게는 부모가 사춘기의 특성을 알아야 하고 교사는 학생들에 대한 지식과 교육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의 몇 나라에서 시행하는 관계수업과 행복수업은 사랑의 기술이자 삶의 기술을 터득하는 훈련이기도 하다.

코로나를 맞아 힘들어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도 삶의 기술인 관계 수업, 행복수업 등이 시행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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