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12 금 18:45
전체기사
PDF 신문보기
오피니언
어머님의 김밥최 준 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음성신문(주)  |  esbnews@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07.21  10:26:0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세상물정 모르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소풍을 갈 때면 아버님이 주신 10원으로 아이스케키를 사 먹고, 고무로 만든 물권총 1개를 사면 족했다. 점심은 어머니가 싸준 밥에 장아찌 반찬이면 맛있게 먹었다. 남들이 김밥과 통닭을 싸 와서 선생님들과 둘러앉아 먹는 것을 보아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의 어울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심은 젊고 세련된 부모들이 부럽기는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소풍을 갈 때면 우리 어머님은 김을 구워서 밥을 참기름에 비벼 넣고 김밥을 길게 말아서 도시락에 수북하게 넣고 뚜껑을 눌러 싸 주시곤 했다. 평소에 도시락을 쌀 때도 배골을까 걱정되어 꾹 눌러 많이 싸 주시곤 했다. 당시는 김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 대부분 집에 오래 보관해서 찌든 김을 사용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도시락을 먹을 때가 되면 내 도시락이 창피해서 친구들이 없는 먼 곳으로 가서 혼자 먹었다. 어떤 소풍날에 내 뒤를 졸졸 따라온 친구의 도시락 김밥도 우리 어머니가 싸준 김밥과 똑같았다. 소금을 많이 넣고 참기름을 쳐서 구워서, 맛은 참 좋았고 먹을 만했다.

우리 어머니는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자라시고, 출가를 하셔서도 농촌 생활을 하셔서 세상 물정을 잘 아시지 못했고, 없는 살림에서 김구경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옛날 산골가정에서는 무엇보다도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 급선무였다. 생활이 궁색하고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어릴 때도 제사 때나 김 구경을 했으니 김밥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김을 이용해서 김과 밥과 반찬을 싸서 먹는 문화는 조선 시대부터 해안가를 중심으로 있어왔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발을 이용해서 초밥을 만들어 먹었다. 발을 이용해서 김밥을 싸는 데는 시금치나 무를 넣어 싸는 것도 있고, 맨밥을 싸서 반찬과 먹는 방법도 있었다. 맛있고 유명한 충무김밥도, 마트에서 파는 삼각 김밥도 서민의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맛있는 음식이다.

요즘은 다양한 형태의 김밥이 생산되고 김밥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김밥을 주문하면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고소한 냄새가 나는 김밥에 단무지 몇 조각이면 별도의 반찬 없이도 어디서나 간단하게 먹을 수 있어 소풍이나 여행하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많은 부모들은 바쁜 관계로 학교 행사 날이면 집에서 김밥을 싸지 않고 김밥집에서 사 보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우리 어머니의 김밥은 그것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김을 참기름에 재워 두었다가 화롯불에 구워내시고, 제삿날이나 먹었던 쌀밥에 참기름과 참깨를 넣고 비벼서 말아주신 김밥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참 맛있는 김밥이다. 만드는 방법을 모르셔서 생김이 어떠하던, 새벽부터 밥하고 구워내신 정성이 가득 찬 어머님의 김밥은 생각만 해도 입가에 침이 고인다.

이제 세월이 한없이 흘러 어머님 가신지도 20여 년이 지났고, 나도 이순을 지난 지 여러 해가 지났으나, 아직도 잠을 깨우는 어머님의 목소리가 귀가에 멀리 들리고, 김밥을 마는 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다. 어머님의 김밥은 그리움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음성신문(주)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올해 광복절엔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자
2
“변화의 새바람으로 체육발전에 이바지하겠다”
3
신세대푸드 전범식 대표, 한일중 배구클럽에 유니폼 기증
4
‘박산’ 지킴이 금왕 김기천 씨 선행, 지역사회 잔잔한 감동
5
음성군체육회 김경호 신임 사무국장 임명
6
지역과 함께 음성교육생태계 구축, 소통.공감능력 키운다
7
금왕 이장들, 환경정화 활동으로 구슬땀
8
음성청결고추, 직거래장터 12일 개장
9
설성시네마, 저렴한 관람료로 최신명작 상영 통했다
10
도의회, 역대 의장들 지혜.조언 구하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27703 충북 음성군 음성읍 설성로 83번길 비석새마을금고 3층 | 개인정보 관리 책임자 이종구 기자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구
사업자 등록번호 303-81-64450 | 제보 및 각종문의 043-873-2040 | 팩스 043-873-2042
Copyright © 음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sb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