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과 교수

 
 

예전 유력한 대통령 후보 중 한 분이 ‘아직도 간첩이 있어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정치인의 말은 ‘남과 북의 체제경쟁은 이미 결론이 난 사항이니 과거와 같은 대결적 대북정책은 옳지 않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후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 마다 안일한 안보의식을 비판하는 단골 소재로 이용되곤 했다.

정치인들의 종북이라 비판받을 성향의 과도한 발언에도 ‘남과 북의 체제경쟁은 끝난 것이고, 통일은 남한이 주도할 것이다’라는 가정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정치적 성향에 따른 대북관의 차이는 기본 전제가 아닌 접근방법의 차이일 뿐이라는 최소한의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충북지역에서 발생한 자생 간첩단 구속은 이와 같은 인식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충북 간첩단은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해외에서 만나 공작 자금을 받았고, 북한을 위해 스텔스 전투기인 F-35기의 도입을 방해하는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수사과정에서 충성을 맹세하는 혈서 등 수많은 증거들이 확보되었다고 한다. 특히 그 어떤 정권보다도 친북성향을 보이고 있는 현 정부 하에서 간첩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는 것은 이번 사안이 중대한 반역행위였나를 역설적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다.

충북 간첩단 사건은 우리 사회에 몇 가지 충격을 주고 있다. 첫째는 간첩들의 행동이 너무도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을 가두어야 할 곳은 교도소가 아니라 정신병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1인당 국민총생산이 3만 달러는 넘는 우리 사회에서 겨우 2만 달러라는 약소한 금액을 받고 자생적 이적행위를 하였다는 것은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남한과 북한은 2020년을 기준으로 국민총생산에 있어서 남한은 1,919조원인 반면 북한은 35조원으로 남한의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남한이 3744만원인 반면 북한은 141만원으로 비교 자체가 무의한 수준이다. 남북분단 70여년이 흐르는 동안 경제력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김정은은 고모부를 살해하고, 그 방식에 있어서 참수(斬首)하여 전시를 하였다는 끔찍한 방식을 취하는 등 현대 사회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준의 국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위해 자발적 간첩이 되었다니 실로 놀랍다. 저들에게 필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치료가 아닐까?

두 번째는 저들의 반역행위가 너무나 평범(?)하다는 것이다. 보도된 것 중 간첩들의 가장 큰 활동 중의 하나는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도입반대운동이었다. 이 정도의 활동은 북한 돈과 지령을 받고 하지 않고도 우리 정치권과 사회에서 일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최근에도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북한의 김여정이 한마디 하였다하여, 여당 국회의원 등 70여명이 한미훈련연기 성명을 발표하는 등 충북 간첩단과 구별이 되지 않는 행동이 벌어졌다.

또한 간첩들이 그렇게 저지하고 싶어 한 스텔스 전투기 도입은 ‘코로나재난지원금’으로 인해 국방예산이 삭감되면서 도입이 일정 정도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충북 간첩단이 구속된 것은 그들의 반역행위가 아니라 북한 돈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세 번째로 간첩들이 시민단체라는 미명하에 활동하였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시민단체들은 ‘권력견제와 국민 권익보호’라는 초기의 정신을 망각한 활동들을 많이 자행되었다. 특히 일부 시민단체는 지극히 비상식적인 활동으로 국가경쟁력을 파괴하고 국력을 낭비하도록 하였다. 최첨단 전투기 도입을 방해한 행위는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의 비상식적 활동이 끼친 국가적 해악에 비하면 약과라 할 수 있다. 수 km떨어진 도롱뇽을 살리자며 백일을 굶었다는 허무맹랑한 사기에 국가가 놀아나 고속열차(KTX)개통이 수년간 지연되었고 그로 인해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했다.

또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OOO바위를 살리자’는 구호를 내걸어, 마치 바위에도 혼령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하였다. 사드미사일 배치와 관련한 반대운동은 또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적였던가? 군부대 내의 최첨단 무기배치를 일반 시민들이 왈가불가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구식무기는 되고, 최신 무기는 배치할 수 없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또한 그들은 전자파가 직선은 물론 수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는 비과학적 주장을 버젓이 하였다. 이외에도 많은 시민운동이 비과학·비상식을 주장하는데도 우리 사회와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휘둘렸다. 일부 시민단체의 비정상적 활동에 따른 국가적 해악은 결코 간첩단 활동에 못지않을 듯하다.

이번 충북 간첩단 사건은 우리 내부의 안보의식이 헤이 해졌는지를 확인할 있게 한다. 국력의 차는 명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진 안보의식이 우리를 얼마나 위협할 수 있는지를 인식하게 해 준다. 흉악범죄는 흉악범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매국과 반역은 정신병자들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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