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준 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중학교 시절에 배운 교과서 중에는 농촌 지역학교에서 선택교과로 실과과목이 있었다.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겪는 논농사와 밭농사의 기술과 함께 잡초제거와 농약 살포법도 배웠고, 누에치는 법도 배웠다. 레그혼, 뉴햄프셔 같은 닭의 종류와 특징, 요크셔, 바크셔 같은 돼지의 종류와 임신주기 등 집에서 기르는 동물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배웠다.

집에서 아버지가 농사지으시는 것을 보면서 학교에서 배운 것과 비교가 되고 산교육이 되었다.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힘이 많이 들어가는 농업에 관한 관심이 적어지고, 농업의 발전 전망도 어두워지면서 학교에서도 농업교육을 하지 않았다.

정부의 농업정책도 정치인들의 말과 다르게 소홀히 하게 되고, 외국과의 농산물 교류가 활발해 지면서 먹고사는 문제가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서 농업교육도 그 규모를 극히 축소하거나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전국의 많은 농업계 고등학교와 대학이 폐지되거나 다른 학교로 전환 되었다. 농업교육의 축소에 따라 농업계 학교 출신의 장래도 어둡게 되고 졸업 후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되었다. 농고는 자신의 소신에 의한 것이 아니고 대부분 다른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입학하게 되고, 졸업 후에도 직장을 잡아 나가거나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취업하지 못하거나 도시 생활에서의 실패를 경험하고 낙향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농토에서 가업을 이어받아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보다는 매우 윤택해 졌다고는 하나 농촌 생활에서 큰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농토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한해 농사를 결산해 보면, 농사자금을 제외하고 크게 남는 것이 없다. 본인의 인건비 정도 떨어지는 것이 전부다. 요즘은 농토가 많은 사람이 일도 많이 한다고 ‘땅 부자가 일 부자’ 라고도 한다.

오늘의 농촌 현실은 정부의 정책 실패에 기인한 바가 크다. 산업이나 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농업에 대하여 정부나 정치인들은 무시하기 일쑤였고, 특히 후계농을 육성하는 데 소홀하였다. 과거 영농후계자는 허울뿐이었고, 학교 교육에서도 비중이 적은 농업교육은 아주 등한시했다. 학교 실습지라고 해봐야 교직원들이 재배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도 뒷바라지는 다 해주고 정서적인 면에서 조금 참여하는 것이 전부다. 전업농을 위한 교육을 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일본이 농업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농업 인재 육성에 많은 지원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농업을 교육하고 체험활동과 자치 영농모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농고가 농업에 지역 중심으로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에 비하여, 우리나라 농고 수는 전국에 40여 학교에 불과하다.

모든 산업과 생존의 근간이 되는 농업은 그 명맥을 확실하게 이어가야 한다. 농업의 생산성이 향상되어야 하고 유통에서도 농업의 기본 소득은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 친환경 유기농이나 치유농업이니 하는 것도 기본적인 소득과 생계대책이 마련되고 나서야 가능하다. 체계적인 농업의 기반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학교와 기관, 그리고 산업체가 유기적인 연구체계를 구성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농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더 깊은 관심과 배려가 꼭 필요하다. 특히 농민후계자를 육성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큰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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