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과 교수

 
 

지난 8월 31일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20년 전쟁을 끝마치고 철군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워싱턴 펜타곤이라 불리는 국방부 건물, 그리고 뉴욕 맨해튼의 상징과도 같은 쌍둥이 빌딩 등에 대한 항공기 테러가 발생했다. 미국 본토에 대한 초유의 911테러는 아프가니스탄을 근거지로 하는 빈 라덴이라는 극단적 이슬람주의자에 의해 주도한 것이 밝혀지면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미국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 작전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침공을 감행하였다. 그 결과로 탈레반이라 불리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정권은 붕괴하였다.

탈레반 정권은 과거 1970년대 후반 소련의 침공을 물리치고 출범한 정부였다. 그들이 공산주의 종주국으로서 미국과 세계를 양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소련을 물리칠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은 어쩌면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것이다. 집권 이후 이들은 엄격한 이슬람주의 국가로서 모습을 보여 왔다. 남성들은 수염을 기르도록 하였고, 여성들은 부르카라는 전신을 가리는 복장이 요구되었다. 특히 여성들에 대해서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남성과의 동반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부르카라는 것 자체가 눈 주위가 망사형태로서 된 전신을 감싸는 복장 때문에 시야(視野)가 확보되지 않아 혼자 자유로이 움직이는 것이 어려운 형태라고 한다. 이러한 정치행태는 20세기 이후의 일반적인 현대국가의 모습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911테러의 본거지라는 오명과 함께 미국의 침공으로 붕괴한 탈레반 정권이 붕괴한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의 막대한 지원과 함께 근대국가로서 탈바꿈을 시도하였다. 여성의 교육과 사회진출이 허용되는 등의 시도가 그것이다. 군대 역시 미국의 지원 아래에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30만 군대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미군이 본격적으로 철군을 시작한 직후 속수무책으로 탈레반 세력에 정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우리에게 두 가지 특이함을 보여준다. 첫째, 전쟁의 승패는 군사력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정부군과 탈레반은 군사력만 보면 절대 상대되지 않았다. 정부군은 미국의 최신 무기로 무장한 30만 군대였던 반면 탈레반군은 6~7만 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군은 이렇다 할 싸움도 변변히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패배했다. 둘째, 국가는 결코 성장만 하는 것이 아니다.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점령하며 자신들은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할 것이라는 등 현대국가의 기본 원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을 했다. 그러나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부르카를 쓰지 않은 여성이 길가에서 탈레반의 총을 맞고 사망하였고, 최근에는 경찰이었던 임신 7개월의 여성이 남편과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급변한 상황에서 여성들은 목숨을 걸고 데모를 하고 있다고 한다. 겨우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면서 말이다. 도대체 저 나라가 얼마나 퇴보할지 지켜보아야 할 듯하다. 물론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붕괴한 데는 그들의 부정부패와 정치지도자들의 무능이 한몫을 한 듯하다.

한 나라가 정상적인 국가로서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아프가니스탄은 보여주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태는 아프가니스탄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하게 한다. 경제부총리가 ‘곳간이 비어있다’라고 실토할 정도로 정부재정상태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부채로 국민들의 환심을 사는 데 여념이 없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복지는 국민에 대한 사기를 넘어 미래 세대에게 죄를 짓는 행위임에도 멈출지를 모른다. 마치 폭탄 돌리기 게임을 보는 듯하다. 또한, 택배 대리점 점주의 자살에서 보듯이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대우받는 사회가 아니라 생떼 쓰는 자들이 혜택을 보는 세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공권력은 정치에 오염되어 엄정성과 공정성을 의심받는지 오래되었다. 최근에는 6·25전쟁에서 중공군의 활약상을 그린 전쟁영화가 수입되었다고 한다. 그 보도에 생존해 계신 노병들은 분노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최소한의 국가의식도 없는 나라가 되었다. 하루하루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되어가 있다.

지난 70여 년의 대한민국의 역사는 어쩌면 기적의 역사이다. 원조받던 나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원조하는 나라, 선진국이 되었다. 한 개인의 자만은 자멸을 불러오고, 국가의 교만은 폐망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