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지난달 30일 오전 0시 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주택에서 할머니의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10대 고등학생 형제가 70대 친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사건이 발생한 주택 옥상에는 월요일 등교를 위해 깨끗하게 빨아준 흰 교복만이 빨랫줄에서 안타깝게 걸려 있었다.

잔소리를 많이 하고 심부름을 시켜 짜증이 나서 자신을 부모 대신 키워준 친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살해 이유다. 어쩌다가 이지경이 되었을까? 정말 신이 있다면 어찌 벼락을 내리치지 않는가? 또 여주경찰서는 폭행, 강요 등 혐의로 A군 등 학생 2명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교복을 입고 있는 10대 남학생들이 60대 할머니에게 담배를 대신 사주는 이른바 '담배 셔틀'을 요구하면서 꽃으로 머리 등을 수차례 때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노란색 우비를 입고 쪼그려 앉은 60대 할머니를 교복을 입은 한 남학생이 머리를 여러 차례 내리치면서 "담배 사줄 거야, 안 사줄 거야, 그것만 딱 말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협박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참으로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는 청소년들의 막가파식 행태이다.

요즈음 코로나 사태로 가정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으나 가족끼리 대화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식들은 컴퓨터 게임, 엄마는 전화수다삼매경, 아빠는 낮잠에 푹 빠져있다. 가정도 역시 말이 없어지고 있다. 가정폭력, 가정의 붕괴, 청소년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이 가족 간의 대화 부족이다.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웃음이 필요하고 웃기 위해서는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가족 간의 의사소통은 디지털 기기가 점차 대신하고 있다. 우리 사회 모두가 묵언수행 중 같다. 이제 고운 정 미운 정까지 사라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대화의 습관이 가정에서부터 결여된 탓이다. 특히 부부간 대화가 부족하니 그 자녀야 당연하지 않을까. 청소년 4명 중 1명꼴이 가족 간에 심각한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절망감 등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오죽하면 부모가 아이 얼굴보다 뒷모습에 더 익숙해진다는 의미인 ‘아이뒷모습 증후군(Children’s Back Syndrome)’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까. 우리나라의 많은 가정에서 부모는 자식과 대화가 안 된다고 속상해하고, 자식은 부모와 대화가 안 통한다고 불평한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것만 믿고 말을 하면 알아들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부모와 자식이 쌍방향 대화법을 배워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세대차에 따른 문화의 차이를 받아들이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상황별로 알아야 한다.

부모 자식이 상대편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야한다. 부모나 자식에게 따뜻하고 화목하며 사랑이 넘치는 소중한 보금자리로 가정을 자리매김 하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식과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이유는 가족 구성상 강자인 부모가 약자인 자식을 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급격한 사회 변화로 세대 간 의식 차이는 더욱 심화되었는데 부모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식을 부모 세대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식의 눈높이에 맞추어 대화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상황별로 파악하여야 한다. 학습하는 방법, 교우관계, 행동거취, 취미와 소질에 관해서, 그리고 언어 습관, 부모에게 갖는 불만과 부모의 기대 때문에 겪는 고민에 관해서 까지 서로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심사에 관한 주제들을 상황별로 요약하여 구체적으로 대화를 진지하게 하여야 한다.

그러나 부모는 자식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청소년들은 늘 비 맞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청소년들은 비를 맞을 때 웃음을 터뜨린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빗방울이 얼굴을 두드리는 동안 눈도 못 뜨고 입을 벌려 비의 맛을 본다. 호통을 치거나 말리지 않는다면 추우나 더우나 옷이 젖거나 말거나 그러고 한참을 놀고야 만다. 청소년들은 또 그네를 탄다. 그들은 그네에 몸을 싣고 정신 사납게 흔들리고나 서야 웃음 짓는다. 우리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바람과 비에 흔들리며 소리치는 그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인간은 입이하나 귀가 둘이 있다. 이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하라는 뜻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대화이다. 거기다가 조손가정이나 결손가정, 다문화가정의 자식들에게는 보호자나 부모를 대신할 담임교사, 사회복지사, 친척, 이웃어른들이 더욱더 대화를 들어주고 해야 한다. 가족 간의 대화가 더 필요하다. 서운한 게 있음 서운하다 하고 쌓아두지 않아야 하며 대충 수습하고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 좋으면 좋다고 하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해야 한다. 가족이니까 하고 무시한다고 합리화 되지 않는다. 청소년을 둔 가정에서는 더욱 더 진솔한 대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웃과 사회의 청소년들에게도 따뜻한 눈길을 주고받아야 한다. 다시는 저런 끔찍한 패륜의 뉴스가 우릴 경악케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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