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산
바야흐로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이다. 여름휴가를 비롯해 추석 연휴 등을 지내며 한동안 산을 찾지 않았다. 코로나로 친인척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니, 추석 연휴가 지루하다. 몸도 찌뿌뚱하다. 그래서 기자는 가족과 함께 가까운 함박산(339.8m)을 올랐다.
함박산은 본지가 2018년 10월에 다룬 바 있다. 그때 기자는 맹동면 군자리 고개부터 시작하는 코스 중심으로 소개했었다. 이번호는 충북혁신도시에서 시작하는 코스를 중심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편집자 주--
우아한 산세, 혁신도시 어머니 산으로
한남금북정맥 일부인 소속리산 남쪽 산맥에 함지박을 엎어놓은 것 같은 산이 있다. 일명 ‘함표산’으로도 불리는 함박산이다. 맹동면 군자리, 쌍정리와 두성리 경계에 걸쳐 있다. 함박산은 맹동산업단지와 새로 조성된 충북현신도시 뒤를 받쳐주는 산이라 볼 수 있다. 산세는 순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여성적인 자태를 갖췄다. 이제 함박산은 맹동면 뿐 아니라, 충북혁신도시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산으로 부족하지 않다.
전설에 의하면, 천지개벽할 때 100여 일 동안 온 세상이 물에 잠겼는데, 이 산 꼭데기가 함지박 하나 놓을 자리만큼 남았었단다. 따라서 ‘함박산’이라 부르게 됐다고. 그러나 옛날 문헌엔 함박산 관련 기록을 찾기 어렵다. <여지도서> 등 여러 고지도서에도 맹동면 주위 산 이름이 여럿 표시돼 있지만, 함박산으로 추정되는 산은 없다고 올해 출간한 <맹동면지>는 전한다.
두촌성당-정상, 완만한 산길은 누구나 쉽게 찾아
충북혁신도시에 들어선 기자는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공공기관을 스치듯 지나친다. 그리고 한 걸음에 혁신도시 동쪽 끝 두촌리 성당까지 달려왔다. 성당 뒤 도로변에 주차하고 500여m 비스듬한 길을 오르니 주차장이다. 이곳에서 본격 등산로가 시작된다. 구불구불 능선까지 0.7km 오르막 산길이다. 산잔등에 오르니 밑으로 꽃동네 묘지가 보이고, 이정표들이 통동리와 정상(2.3km)을 각각 가리킨다. 여기서부턴 완만한 능선길로, 정상까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다. 등산로 곳곳엔 등산객이 적당히 쉴 수 있는 의자가 설치돼 있다.
300여m를 가니, 성황당(서낭당)고개가 기다리고 있다. 조선 중기 때 생겼다는 성황당고개는 인근 마을 주민과 음성.괴산을 비롯해 멀리는 경상도 사람들도 이 고개를 넘었다고 전해진다. 이 고개는 진천과 안성, 한양으로 가는 지름길로서, 안성장을 보는 평민과 상인들, 과거시험을 위해 한양가는 선비들과 농사꾼들이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개 위로는 길이 20m 가량 구름다리가 설치돼 등산의 피로를 줄여준다. 구름다리에서 내려다 본 맹동저수지 쪽 오솔길엔 속살거리는 가을볕이 따뜻하기만 하다.
성황당고개에서 500m 정도엔 쪽박산(226.6m)이 있다. 함박산 남쪽 옆에 붙어있는 쪽박산은 지형이 쪽박모양이다. 혁신도시 이주마을인 두성리 뒷산인 쪽박산은 장구바위 남쪽에 위치한다. 쪽박산 전설 역시 함박산 유래와 대동소이하다. 쪽박은 함지박보다 좀 더 작은 그릇. 그러니 쪽박산 높이도 함박산보다 낮다. 쪽박산 정상엔 안내판만 외롭게 서 있다.
쪽박산에서 270여m 더 가면, 서쪽 두성리(맹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맹골에서 오르는 산길에는 기차바위, 선바위, 옛절터가 있다고 이정표가 안내한다. 또 다른 이정표는 정상까지 570m를 알려준다. 조금 더 가파라진 산길을 오르니, 정자가 우뚝 서 있다.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엔 함박산 유래비와 표지석, 산불감시초소가 흩어져 있다.
소방국립병원+맹동저수지=주민 건강.힐링 공간으로
함박산 정상에 서면, 소속리산에서 시작해 금왕.삼성.대소.맹동.덕산.혁신도시까지 북서쪽으로 넓게 펼쳐진 광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동남쪽으로는 맹동저수지와 보현산.큰산 등으로 이어진 짙푸른 산세도 구경할 수 있다.
함박산은 지역 초등학생들이 자연학습과 현장체험 장소로 자주 이용한다. 또 맹동면민 뿐만 아니라, 많은 등산객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2010년 이후부터는 혁신도시 주민들이 찾으며, 건강과 힐링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따라서 함박산 등산로(혁신도시 두촌성당-정상)의 다양한 시설 정비와 보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지난 달(8월) 함박산 등산로에 가로등 설치에 대한 필요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함박산 밑 혁신도시(두성리 1531번지 일원)에 소방국립병원이 25년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음성군은 함박산 일부에 힐링숲을 조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함박산은 그야말로 인구 3만을 넘어서며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는 혁신도시 주민들을 포근하게 품을 수 있는 어머니 산이 되고 있다. 그렇다! 서울시민 곁에 남산이 있다면, 충북혁신도시 주민에겐 함박산이 가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