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한국어는 세계 몇 나라에서 가르칠까? 지난달 9일 국제한국어 교육재단과 교육부가 주관하는 ‘2021 제19회 재외한국어 교육자 국제학술대회’에 세계 44개 나라에서 한국어 선생님들이 참가했었다. 

최근 한류나 K-pop의 인기와 더불어 우리말과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말과 한글이 한류나 K-pop뿐만 아니라 우리 국력과 더불어 뻗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요즈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정치인들이 방송 대담이나 토론이 한창이다.

하지만 이들이 기초적인 언어 교육을 과연 받았는가. 의심을 살 만한 정도의 거칠 거나 잘못된 말을 써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또한, 거리에 수많은 간판을 보라. 로마자로 쓴 외래어나 외국어가, 한글로 썼으되 외국어인 간판이 춤을 춘다.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외래어와 외국어투성이이다.

또 학문은 외국어로 해야 품격이 높다는 고정관념도 우리말 경시 풍조에 일조하고 있다. 거기다가 왜곡된 세계화로 영어와 각종 외국어를 마구잡이로 혼용하다 보니 한글과 우리말은 들러리 신세로 추락하고 있다. 주요한 낱말에는 으레 영어로 대체한 말들이 난무한다.

학교 앞길에 가면 ‘스쿨존’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말보다 ‘스쿨존’이 알맞은 표현인가? TV 뉴스에서도 뉴스를 시작하자마자 ‘아홉 시 헤드라인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다. 이렇게 외래어, 외국어가 뒤섞인 멘트부터 날린다. 그리고 요즈음 젊은이들이 모여 하는 말을 들어보면 꼭 외국어를 듣는 기분일 때가 종종 있다.

국적 불명의 언어와 문자가 난무하고 비속어와 저질스런 문자가 판을 치고 있다. 거기다가 한글날 행사명까지 ‘세종대왕 뮤지컬’, ‘외국인 세종대왕 골든 벨’, ‘한글디자인 전시포럼’ 등 굳이 외래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걸까? 올해 10월 9일은 575돌 맞는 한글날이었다. 세종대왕이 1446년 10월 9일에 훈민정음을 반포하셨다.

한글날은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세종대왕의 위업을 기리는 날이다. 인류문명은 말을 적는 문자를 통해서 발전한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사라지지만 문자를 통한 기록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구적으로 보존되기 때문이다. 문자에 의한 기록과 전수와 보존이 없었다면 인류문명은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류문명은 글자를 사용하는 민족들의 힘으로 창조되고 발전해 왔다. 지구촌에는 자기 나라 글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몇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한문을 쓰다가 백성을 어여삐 여긴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하시어 오늘날까지 편리한 한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만약 세종대왕께서 요즈음 서울에 나타나신다면 완전 문맹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되실 것이다.

요즈음 길거리의 간판은 여기가 외국인지 한국인지 구별이 안 되고, 각종 상품명, 자동차 이름, 아파트 이름, 심지어 사람 이름까지 외국어로 짓는 실정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식자들일수록 말과 글에 더 많은 외국어를 남용한다는 사실이다.

외국어를 많이 쓰면 유식하고 우리말만 쓰면 무식하다는 건가? 날이 갈수록 인터넷상에서는 이상야릇한 신조어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는 받침 없는 말이 서슴없이 유행한다. 인터넷 문화가 발달되기 시작하면서부터 한글파괴는 갈수록 태산이다.

청소년층들이 인터넷상에서 한글 축약형 비속어를 남발해 만들어낸 정체불명의 신조어들이 판을 치고 있다.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청소년들이 입만 뻥긋하면 욕말을 내뱉는다. 존○, 씨○ 등 듣기 민망한 욕말을 즐겨 사용한다. 이쯤 되면 나중에는 정말 순수한글이 언제, 어디서 소리소문없이 완전 변형된 언어로 돌변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반면에 2008년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용 문자로 받아들였고, 요즈음 한류 열풍을 타고 일본, 중국 여성들이 한글 배우기에 열중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들은 주객이 전도된 일이 아닌가? 그나마 이런 소식들이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께 위안을 드리는 소식이지 않을까? 언어순화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대중적인 캠페인을 펼치거나 국어에 대한 사회적으로 강한 인식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문자와 언어를 잘 가꾸는 일이 무엇보다는 시급한 시점에 우리가 서 있다. 우리말과 한국어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 속에서 우리 글 한글이 더 널리 퍼져나갔으면 한다.

어릴 때부터 국적 있는 교육을 가르치고 부모·형제부터 고운 말, 고운 문자 쓰기를 생활화하여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일이 급선무이다. 한글은 고도의 과학성과 체계성 때문에 컴퓨터 사용에도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한글은 문자 중의 문자요, 가장 탁월한 한국문화의 상징이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상 가장 자랑스러운 창조물이며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이제 더욱더 세종대왕 훈민정음 창제의 깊은 의미를 되새겨 보고 영원히 한글을 사랑하며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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