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올해 2학기부터 아들이 서울대학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 가족들도 많이 좋아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축하해 주었다. 현수막이 음성읍 내 여러 곳에 붙었고, 군수님께서도 직접 전화를 해서 음성군의 자랑이라며 축하해 주셨다. 축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 내심 기분은 좋았지만 내색하고 자랑하기에는 좀 쑥스러운 면이 있다. 마누라 자랑,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아들 이야기를 쓰는 것이 면구스럽기도 하다.

나 자신도 예전에 우리 아이가 이렇게까지 자리를 잡을 줄은 몰랐다. 평소 원래 진중하기도 하지만 서로 떨어져서 생활하는 관계로 어떻게 생활하는지 잘 알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밤을 낮 삼아 연구하고 노력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요즘에도 가끔 아들 집을 가보면 공부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모든 것이 운이 좋아서 된 것이 아니고 피나는 노력에 의하여 성취된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표현은 하지 않지만 많은 고통과 고뇌의 시간이 있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공부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그저 뛰어놀고 친구들을 좋아했다. 한번은 학교성적이 일 등을 하면 제일 좋은 컴퓨터를 사준다고 약속을 했다. 일등은 하지 못했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올려 당시 제일 좋은 ‘체인지업’이라는 최신 컴퓨터를 사준 일이 있다. 컴퓨터 하드를 떼어서 수건에 싸 들고 친구 집을 다니며 게임 프로그램을 다운 받고 친구들이 모여 게임에 여념이 없었다. 덕분에 컴퓨터 기능을 익혀 다수의 자격을 취득했고 고등학교 때에는 컴퓨터 수리기사에 버금가는 기능을 익혔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공부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 되었든 구해서 지장이 없게 해 주려고 노력했다. 우리 부모도 최소한 친구들의 부모만큼은 의지할 수 있다는 믿음은 심어주기 위해서다. 애들이 머리가 커가면서 자신이 품고 있는 생각을 부모에게는 잘 말하지 않는다. 돈이나 필요한 것을 달라는 것 이외에는 친구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속내를 다 말하지는 않는다. 세대의 생각 차이 등으로 아이들과 교감을 가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터놓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감정이나 생각을 조금은 이야기하고 부모의 공감을 얻어 내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면 내심 뿌듯함도 느낀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배우고 느낀 것 중 하나는 칭찬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늘 칭찬하고 잘하는 것을 다독여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칭찬을 먹고 산다는 이야기도 있다. 칭찬은 아이들을 키우는 힘이고, 원동력이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어른들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으면 더 열심히 노력 한다. 또한, 성인이 된 자식들에게는 절대로 듣기 싫은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 속을 상하게 하고 상처가 되는 말은 오래가는 법이기 때문이다.

자식을 키우면서 때로는 뜻대로 따라주질 않아 속상하고 고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심하게 질책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매를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은 서로의 이해의 부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아이를 아이의 입장에서 보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부모의 몫이다. 칭찬을 많이 받고 크는 아이는 매사에 긍정적이고 믿음이 크며 열심히 노력한다. 마음 깊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자녀를 나무라기에 앞서 칭찬 거리를 찾아보고 격려하고 나무라는 것을 잠시 뒤로 미룬다면 멋진 신뢰 관계가 형성되고 훌륭한 아이로 자라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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