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 (전)음성군 행정복지국장

 
 

매주 금요일 아침,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지난해 시월부터 일곱 가정 어르신 댁에 밑반찬을 전달해드리기 위해서다. 여성회관에 들러 여성단체협의회에서 정성을 다해 준비한 밑반찬 세트를 자차에 싣고 배달을 한다. 일곱 어르신 댁을 돌아치는 시간은 넉넉잡고 한 시간 삼십 여분 남짓, 거리는 오십 리 정도가 된다.

어르신들이 백신 접종을 다 맞은 시기인지라 종전보다 반갑게 맞이하며 따뜻한 차 한 잔을 주시기도 하고 진정어린 감사를 표하는 분들이 있어 금요일은 그 어느 날보다 행복하고 보람된 날을 보낸다.

나의 방문가정은 노부부가 함께 사는 분도 있지만 거의 홀로 사신다. 그중 부부가정 한 분은 중증 치매로 고생하며 어렵게 지내시고 있다.

초인종을 누르거나 노크를 하면 반색을 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아무런 반응도 없는 집도 있다. 반응이 없을 때면 혹시 무슨 일이 있나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코로나 상황이라 비대면 배달을 해야 하니 어르신들의 사정을 알아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전화라도 해보고 싶지만, 행정기관에서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기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해 로타리클럽 회장직을 맡아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회원들과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로타리 봉사에 대한 소문을 듣고 자원봉사센터 국장님께서 “여성단체가 주관하는 밑반찬 배달 봉사에 참여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배달을 시작한 지 한 해가 지나고 있다.

여성단체협의회에서 어렵게 지내시는 290여 가정에 나누어 줄 밑반찬을 선별하여 포장해 놓으면 9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해당 어르신 가정을 다니며 배달을 한다. 배달이 있는 날은 관내 어르신들에게 빵과 음료를 나누어주는 일도 함께 이루어진다. 종전에는 여성회관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제공했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빵으로 대체하였다고 한다.

여성단체(협)와 자원봉사센터에서 주관하는 밑반찬 배달과 빵 나눔은 소외된 이웃에게 위안을 주고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사업이고 자원봉사를 통하여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어르신들 덕분에 배달하는 내게도 빵 한 봉지가 주어진다. 배달이 끝나고 나면 내게 배당된 빵은 영농자재 판매업을 하는 후배에게 다시 건네진다. 그 후배는 너무 바뻐서 종종 점심 식사도 제때 못해 요기라도 하라며 후배 사랑의 마음을 빵 한 봉지에 담아준다. 빵을 건네받은 후배는 열심히 살면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도 하겠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한다.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빵 한 봉지의 힘에 위대함을 느낀다.

금요 배달 봉사를 하며 자원봉사자의 참여와 봉사의 영역이 더 확대되어 우리 주변에 더 많은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배달할 때 반응이 없는 어르신들, 연락을 할 수 없는 어르신들을 더 가까이 대할 방법은 없을까? 배달하는 우리 자원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의 말벗도 되고 근황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행정기관이나 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연계하여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일정 부분 돌봐 드리는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해주길 기대해본다.

단풍잎이 울긋불긋 온 산야를 물들이는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오늘도 우리를 기다리는 어르신을 찾아뵙고 사랑의 밑반찬을 전달해드린 난 풍성한 계절만큼이나 마음도 풍요롭다.

뿌듯함과 행복감이 온몸에 퍼지는 느낌, 이것이 바로 자원봉사의 맛 일겠다.

코로나 핑계로 그동안 어르신들과 거리를 많이 두었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맞추어 외롭게 지내시는 어르신들과의 거리를 좁히면서 말벗도 되고 돌봄을 잘하는 배달꾼이 되겠다고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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