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종 렬 전 음성교육장

 
 

가진 이들이 손에 쥔 것을 내놓은 일은 쉽지 않다. 오죽하면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경구도 있다. 또 “쌀 99섬을 가진 사람이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쌀 1섬을 가진 사람에게 100섬을 채우게 해 달라”고 했다는 속담도 있다. 인간 탐욕이 마음에 불을 붙이면 부모형제도 눈에 안 보이는 법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여러 종교에서도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정신수양의 첫 번째라고 얘기한다. 우리가 가진 욕심이 가장 내려놓기 어렵고, 인간다움을 해치는 요인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행복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다.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병이 다 낫기만 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자가 되고, 병이 낫고 나면 또 다른 바램이 생기는 것이 우리의 생리이다.

중국 전국시대 어느 마을, 과년한 딸을 둔 집에 두 군데서 혼담이 들어왔다. 동쪽 마을에 사는 총각은 집안은 부자인데 얼굴이 못생겼고 서쪽 마을에 사는 총각은 잘생기긴 했으나 살림이 가난했다. 부모가 딸에게 말했다.

"네가 동쪽 마을로 시집가고 싶으면 왼쪽 손을 들고 서쪽 마을로 시집가고 싶으면 오른쪽 손을 들어라." 그 말을 들은 딸이 두 손을 다 들었다. 부모가 왜 두 쪽 손을 다 드느냐고 묻자 철없는 딸이 대답했다.

"밥은 동쪽에 가서 먹고 잠은 서쪽에 가서 자면 안 되나요?"

밥은 동쪽 집에서 먹고 잠은 서쪽 집에서 잔다는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의 유래라고 한다. 물론 오갈 데 없이 이리저리 떠도는 신세를 뜻하는 말로 더 잘 쓰이는 말이지만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가지고 싶어 하는 인간의 이기적 욕심을 풍자한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남자가 스님을 찾아가 물었다.

“스님, 저는 사는 게 너무 힘듭니다. 메일 같이 이어지는 스트레스로 인해 너무 불행합니다. 제발 행복해지는 비결을 가르쳐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스님이 “제가 지금은 정원을 가꿔야 하거든요. 그동안 이 가방을 좀 가지고 계세요.”라고 부탁했다.

그는 가방을 들고 있으라는 갑작스러운 부탁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정원 가꾸는 일이 급해서 일거라고 생각했다.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방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분쯤 지나자 어깨가 쑤셔왔다. 하지만 스님은 도대체 일을 마칠 생각을 허지 않았다. 1시간이 되자 도저히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자 스님께 물었다.

“스님, 언제까지 이 가방을 들고 있어야 합니까?” 스님이 깜짝 놀라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이 사람아! 무거우면 빨리 내려놓을 것이지 지금까지 들고 있었는가?“

‘내려놓으면 될 것을….’ 그 한마디에 이 남자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들고 있는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회남자(淮南子)에는 ‘욕심이 지나쳐서 망하는 사람은 있어도 욕심이 없어서 위급에 몰리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우리 모두 새겨들을만한 경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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