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매일 아침 감사한 마음으로 일어나 제일 먼저 신문을 들고 쾌변을 위해 화장실로 간다. 그러나 요즈음은 신문을 보다 보면 이맛살이 찌푸려져 팽개쳐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또한, 뉴스 시간마다 기분 좋은 소식보다 짜증스러운 소식이 난무한다. 뉴스도 보기 싫어 그 시간엔 채널을 돌리고 만다. 우격다짐이란 억지로 우겨서 남을 굴복시킴, 또는 그런 행위를 말한다.

요즈음 주변을 둘러보면 우격다짐이 판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대선 여야후보, 국회, 언론, 노사, 사회단체 또한 각종 TV토론, 인터넷의 열린 공간, 거기다가 영화, 소설 등의 예술에 이르기까지 우격다짐이 먹구름처럼 번지고 있다. 코로나로 경제가 어려워 세상살이가 짜증 나는 사회를 더욱더 왕짜증으로 몰고 가고 있다.

말 없는 다수가 말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조용히 말하고, 품격 있게 말하고, 조리 있게 조곤조곤 말하면 씨가 안 먹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진실을 말하면 오히려 언어폭력에 몰매를 맞아 만신창이가 되거나 개망신당하기에 십상이다. 왜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배려와 관용을 어려서부터 몸에 익히지 않고 생활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려(配慮)는 다른 사람들을 고려하고 그들의 기분을 보살피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우리의 행위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하고 느낄지 예상하여 보살피는 것을 말한다. 배려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고려하고 생각이 깊어야 한다. 배려란 타인의 호의를 우리 자신의 호의와 같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고 그들의 필요를 고려하는 것이 배려의 핵심이다. 배려의 연장 선상에 관용의 덕이 있다.

관용(寬容)이란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함 또는 그런 용서를 말하며, 서로 다른 점을 용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관용을 베푼다는 것은 신축성 있게 응대하는 것을 말한다. 관용은 타인들이 나와 꼭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기대하지 않고, 타인의 과오나 잘못에 대해서도 용서하고 자비를 베풀 수 있음을 말한다. 현대사회는 과거와 달리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을 다양하게 갖는 사람들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다원주의 사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려는 현대사회의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덕목 중 하나이다.

배려가 없을 경우 서로 자기 생각이 무시당한다고 느끼게 되어 우격다짐과 갈등과 폭력으로 번질 수 있다. 서로 배려할 경우보다 쉽게 화합하고 친밀해질 수 있다. 우리가 상대방을 배려할 경우 그들은 자신이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따라서 친밀과 화합과 협동으로 살기 좋은 사회가 이룩되는 것이다. 서로 배려하는 사이에는 이심전심으로 말이 없어도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특히 우리 주변에 어려움에 처해 있는 수많은 사람은 상대의 배려에 대해 민감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관용이 없는 사람은 자신과 다른 것은 어떤 것도 용납하거나 참을 수 없다. 남들이 자신과 다른 행위를 하면 이를 비판하고 불평하며 비난하기를 일삼는다. 또한, 인내할 줄 모르며 용서에 인색하고 남만 변화시키기를 고집한다. 관용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도 참고 견딜 수 있는 인내력과 변화에 쉽게 대처할 수 있는 신축성을 더해 준다. 관용이 있는 사람은 변하고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지닌 사람이다. 서로 간에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발견되면 그것을 우정과 사랑으로 덮을 수 있다.

따라서 관용이 있어야 사소한 차이들로 인해 우리가 서로 갈라서게 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일상생활 속에서 관용과 배려를 자연스럽게 행하도록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활양식을 이해하여 타인에 대한 선입견을 타파하게 해야 한다. 다르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삶의 진실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미래의 주역인 많은 청소년에게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거나 다르게 행동하는 친구들을 이해시켜야 한다. 우리는 탄생과 성장과정이 서로 다른 만큼, 그리고 능력과 소질이 다를 수밖에 없는 까닭에 생각이나 행동이 다를 수밖에 없다.

여러 사람들이 서로 다양한 가능성을 실현함으로써 서로 차이가 있다는 것은 오히려 상호보완의 가능성을 갖는 것이다. 오케스트라(Orchestra)가 여러 가지 다양한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를 아름답게 조화시켜 환상적인 연주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각기 저마다의 악기로 다른 소리로 하모니를 이룸으로써 환상적인 오케스트라연주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모양도 다르고, 연주법도 다르고, 소리도 서로 다른 악기를 가진 수많은 연주자가 지휘자의 지휘봉 끝 움직임에 따라 한마음 한뜻으로 연주하여, 수많은 관객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수 있는 것은 연주자들이 서로 배려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요즈음 즐겁고 보람차야 할 연말이 코로나로 위축되어 경제도 어렵고, 사회적 갈등도 심하며, 웃을 일 없는 이 현실을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절박한 심정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관용과 배려가 만연한 세상이 되도록 동참하여야 한다. 특히 자라나는 해맑은 청소년들에게 다시는 우격다짐 풍토가 판치는 세상을 물려주지 않도록 절박한 심정으로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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