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꿈드림 센터장

 
 

이번 겨울은 어느 해보다 추울 것이라는 기상 예보가 알려지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이들의 걱정이 크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힘겨운 나날들은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다가올 추위는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세계적 경제의 한파는 물가마저 치솟고 있어 장바구니를 채우는데도 힘겨워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여건은 청소년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도 한가정의 가족 구성원이고 학업에 따른 다양한 욕구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학벌이 계급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서라도 명문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욕구가 클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를 토대로 이뤄지는 사교육 시스템에서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욕구도 경제적 뒷받침 없이는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모세대의 어려움은 청소년들에게도 영향이 미치고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아르바이트하면서 자립의 토대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코로나로 장사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면서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그 세대별로 나름의 걱정과 우려를 떠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한 세대별 특성 중 가장 중요한 세대가 바로 청소년기이다.
인간은 사회적 출산을 한다. 그것도 미숙아로 태어난다. 누군가의 조력을 받아서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은 사회적 운명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른 동물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걸을 수도 있지만, 인간은 영아기를 거치면서 엄마의 절대적 보살핌 없이 자랄 수 없다.

엄마의 애착이 절실한 시기이다. 영아기의 애착이 결여된 사례는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정권하에서 발생한 고아원의 비극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 사람의 간호사와 양육자가 수십 명의 아기를 돌보다 보니 아기들과 놀아주기는커녕 안아주지도 않은 채 눈 마주침과 대화도 없이 유아용 침대에 수용되었다.

한마디로 아기들을 내버려 둔 셈이다. 엄마의 애착이 절실한 시기에 방치된 루마니아 고아들은 자폐, ADHD, 지적장애 등을 입은 채 자라났다. 언어를 배우는데도 문제가 많았고 주의 집중을 잘하지 못한 채 분노 조절이 안 돼 충동적인 공격성과 폭력성이 노출돼 사회적 파장이 컸다. 사회적 입력 자극이 크게 결핍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뇌는 평균보다 작게 발달한다.

엄마와의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게 되면 학령기에 자신이 만족을 지연시킬 수 있는 감정조절능력을 습득하게 되고 학습을 통해 공감 능력을 확장하게 된다.

이러한 애착 형성과 감정조절, 공감이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일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의 두뇌는 활용되는 부위가 많을수록 그 부위가 활성화된다.

다시 말해 뇌의 다양한 뇌세포와 회로 중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그것들은 가지치기하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영유아 학령기 때 안정적인 애착과 감정조절, 공감의 영역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영유아 학령기 때 이러한 것들이 부족하면 어떻게 될까, 내버려 두게 되면 사회적 활동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청소년기에 우리의 뇌는 다시금 고칠 수 있는 여건을 준다.
그러므로 청소년기가 일생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라고 보는 것이다. 영유아 학령기 때 가족관계의 중요도 비중이 80%를 차지했다면 청소년기는 또래 관계가 80%를 차지하고 가족관계는 20% 정도로 낮아진다. 관계의 패턴이 바뀌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정체성을 형성해 간다.
이때 부모의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청소년기에 다양한 경험과 마주하다 보면 불안을 느끼고 부모님에게 짜증과 분노를 쏟아놓거나 우울한 기색을 내보이기도 한다.
오죽하면 중 2병이라는 비속어가 나돌까?
이런 때일수록 따스한 눈빛과 보살핌으로 아기와의 애착을 형성하듯이 청소년기를 맞은 자녀를 이해와 수용, 공감을 통한 돌봄의 자세가 필요하다. 청소년기는 우리의 뇌를 가장 왕성하게 할 특별한 기회이다.

청소년기에 뇌의 가지치기를 통해 다시금 형성된 애착과 감정조절, 공감의 영역은 일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건강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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