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성 역할이 구분되어 있었다. 남성의 역할이 사회 중심적이었다면 여성의 역할은 주로 가정 내 역할로 한정되었었다. 하지만 21세기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화되면서 성 역할 고정관념은 버려야 할 낡은 인식이 되었다. 현대사회에서는 오히려 남녀구분 없이 한 개인이 남성성, 여성성 모두를 포함하는 양성성을 지녀야 바람직하고 기능적이라는 견해가 대두되기도 한다.

당연히 부부간의 역할도 사회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로 경제력이 확보되면서 이제는 여성의 역할도 다양해졌고 활동 영역의 폭도 훨씬 넓어졌다. 남편과 아내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를 우선시하기도 한다. 상호 간에 존중과 인정을 원한다.

그러면서도 가족 구성원들의 정서적인 교류와 건강한 관계 형성을 위해 남편과 아내는 공동 역할을 수행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부의 공동 역할 수행이 잘 이뤄지지 않을 때 부부간의 갈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다. 어떤 부부는 문제를 직면해서 해결하기보다는 회피와 억압을 통해 갈등을 처리하고자 한다. 갈등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방식은 결국 문제의 본질은 보지 못한 채 상호 오해와 단절을 가져오게 된다.

특히 심리 정서적 단절이 오게 되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해지고 어느 순간 상대에 대한 공격과 비난을 가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더욱 깊은 상처를 받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갈등이 있으며 갈등은 인간관계에서는 언제나 나타나는 현상으로 오히려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Keller는 갈등이란 명확하고 확실한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그것은 양면적인 특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상대방 또는 자신에게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고 하였다. 또한, 갈등이란 해결이 아닌 관리의 대상으로 어떻게 잘 관리해 나갈 것인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갈등을 통해 발전적 방향으로의 해결책을 모색해보도록 하고, 서로를 공격하고 비난하거나 침묵, 회피하거나 극단적인 불행감에 빠져들어 힘들어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해보고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노력해 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각기 다른 성장 과정을 거치고 다른 경험을 가지고 살아온 남녀가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우리는 자칫 결혼만 하면 일심동체가 되리라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혼 생활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문제나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부부들은 원수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부부는 오히려 위기 속에서 더욱 단단한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평소 서로에 대한 차이를 잘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서로의 단점보다는 장점에 집중하며 살아온 경우이다. 우리 부부는 과연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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