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희 수필가

 
 

아빠는 종종 집 앞에 지나는 비행기를 보면 청주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네,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정말일까 궁금했다. 나는 하늘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하늘은 볼 게 많다. 해도 있고 달도 있고 별도 있고 구름도 있다.

특히 매일 다른 구름을 볼 때마다 마법을 직관하는 기분이다. 마냥 신기하다. 구름은 빛에 따라 날씨에 따라 모양과 색깔을 달리한다. 파란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을 볼 때면 마음이 산뜻해지고 노을이 지는 주홍색 구름을 볼 때면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게 아닐까 착각을 한다. 한때 UFO에 심취할 때는 큰 구름을 볼 때마다 저 안에 UFO가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상상한다.

사실 나는 밤하늘의 비행기를 볼 때마다 다 UFO로 착각해버린다. 그것이 더 즐겁다. 그래서 비행기를 탈 때면 무서움 반 설렘 반이다. 무서운 이유는 이륙할 때 너무 무섭고 부정이 익숙한 타입이라 비행기가 떨어지면 어쩌지? 하며 걱정을 사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무서움을 이기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실컷 본다. 해도 보고 구름도 볼 수 있다.

12월 초 엄마 환갑이라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이다. 걱정이 컸다. 공항은 청주 공항. 아빠의 지령은 비행기 안에서 우리 집을 찾을 것. 우리는(엄마, 나, 동생) 집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해 청주 공항으로 갔다.

청주 공항은 처음이다. 이용 결과는 대만족. 우선 거리가 가까웠다. 집에서 50분도 안 걸리고 수속 절차도 빨라 터미널에서 버스 타는 기분으로 비행기를 기다렸다. 공항은 인천과 김포 공항만 이용했는데 이 정도면 부산 여행 가는 거랑 마찬가지인데, 생각했다. 비행기 시작은 8시 20분. 아침 해가 비행기 안에 들어왔다. 무서움을 이긴 보상은 굉장했다.

빗방울이 내려 걱정했는데 구름 위는 평온했다. 마치 사파리에 온 기분이 들었다. 놀이공원 사파리에서 사자, 호랑이, 곰을 보듯 나는 해와 구름을 가까이에서 보고 환호한다. 이런 기분은 어른이 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새삼 느꼈다. 구름 위에는 해 밖에 없구나.

혹시나 UFO가 있을까 했지만, 어쩌면 용이 나올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정말 해 밖에 없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늘을 주시했지만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에 내 부정 파워가 작동한다. UFO는커녕 진짜 떨어질 수도 있겠는데?

결국, 비행기 안에서 우리 집은 보지 못했다. 비가 내리고 있어 구름이 가득했다. 새삼, 역시 비는 구름에서 내리는군, 신기했다. 그래서 집에 올 때 바짝 긴장했다. 하늘 아래에서 우리 집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 출발할 때 날씨가 좋았다.

바다를 건너 육지가 보였다. 하지만 너무 작아서 미니어처처럼 보였다. 그리고 아래에서 위를 올려보는 것과 아래에서 위를 올려보는 것은 너무 다르다. 문득 이론적인 생각에 빠졌다. 이래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다들 고만고만해 보였다. 어디까지가 경상도이고 충북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어쩌면 우리 집에는 청주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도착 시작까지 20분 남았다. 초조해졌다. 어쩌면 저게 사이클경기장일까? 포란재인가? 아니면 내가 초조해서 만들어낸 착각일까? 하는 사이 미타사 지장보살 님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합장했다. 역시 동양 최대의 지장보살 입상이다. 비행기는 한벌리 - 충도리 – 구안리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저것이 우리 집인지 알 수 없었다. 고가 다리가 보이긴 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아빠의 숙제가 해결된 기분이 들었다. 비행기는 증평에서 공항까지 왔다가 다시 증평 한 바퀴를 돌았다. 공항에 고라니가 뛰어 들어와서, 라고 했다. 기장의 말에 승객들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고라니는 하늘에서도 문제였다.

무사히 집에 왔다. 궁금증은 풀렸다.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 비행기는 청주 공항을 향해간다. 나는 지상에 있다. 하지만 비행기가 지나갈 때면 나는 하늘 아래로 내려다본 세상이 생각난다. 그 설렘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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