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서양화가

 
 

2021년 신축년도 이제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혹시나 했던 위드코로나사태도 다시 악화되어 송년회나 성탄절도 물 건너가 안타깝다. 국민은 방역수칙을 지키느라 참고 또 참으며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종 난립하는 이슈들로 벌집 쑤셔놓은 듯 난장판이다. 선거만 치러졌다 하면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에 갈등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날이 갈수록 사회적으로 심각한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 흑백논리이다. 흑백논리란 모든 문제를 흑과 백, 선과 악, 득과 실 등의 양극단으로만 구분하고 중립적인 것을 인정하지 아니하려는 편중된 사고방식이나 논리를 말한다. 정치인들의 편 가르기가 너무 심각하다. 여당 야당, 좌파 우파, 노동자 고용주, 상급자 하급자, 부유층 빈곤층 등 편 가르기식 선거판으로 인하여 흑백논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되었다고 본다.

정치인들은 표를 계산하여 중립보다는 극단적으로 결정해야 설득력이 있고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런 흑백논리로 인한 갈등의 결과에 대하여 대다수 국민은 흥분하고 이용만 당한다. 그러나 자신이 흑백논리의 수렁에 빠져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왜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세태가 지속하는 것일까? 원인은 어려서부터 의사소통의 기본을 너무 무시하고 살아온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 소통(疏通)이란 사물이 막힘이 없이 잘 통함을 말한다.

그러나 또 다른 한 가지 의미는 의견이나 의사 따위가 남에게 잘 통함을 의미한다. 의사소통은 사실, 신념, 생각 등을 전달하는 대화의 과정이다. 무엇보다 인간에게 의사소통의 으뜸이 되는 수단은 언어이다. 그 중요한 수단인 언어 즉 말(言)은 사람의 생각을 목청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나타내는 소리이다. 사람의 생각,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쓰는 음성 기호가 곧 말(言)이다. 이런 말은 긍정과 부정의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긍정적인 면은, 말 잘하면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고, 상대방에게 존댓말을 써서 뺨 맞는 일 없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은, 말을 함부로 하거나 잘못 말해 숱한 갈등 사례를 초래한다.

말을 잘못하여 입게 되는 피해는 단순한 불이익을 넘어 말한 자의 신세를 망치거나 그 가족 또는 조직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짧은 세 치 혀가 사람의 목숨까지 좌지우지한 일까지 벌어진 역사가 숱하게 많다. 입으로 나온다고 해서 다 말이 아니다. 아껴서 좋은 것은 비단 돈 만이 아니라 무심코 내뱉는 나쁜 말일 것이다. 나쁜 말은 입술에서 1초도 머물지 못하지만, 상대방 가슴에는 비수가 되어 평생 머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옛말에 한마디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지만, 그 반대로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 했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입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언제나 귀는 둘이고 입은 하나다. 절묘한 비율이 아닌가! 경청의 전제 없이 하는 모든 말은 비판이든 칭찬이든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하였다. 이제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세 치 혀의 무덤’을 하나씩 팔 때가 된 것은 아닐까. 허준이 쓴 동의보감의 한 구절을 되새겨 본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통하면 아프지 아니하고 통하지, 아니하면 아프다고 했다. 정치인들은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기본자세부터 새겨야 한다.

우선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버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자세이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가치를 존중해 주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관용의 자세,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이익만을 고집하지 않는 양보와 타협의 자세, 그리고 서로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문제를 이해하는 대화와 설득의 자세, 사회 규범을 준수하고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자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실하게 보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갈등 해결의 필요성은 갈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서는 원만한 삶을 영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갈등이 잘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고정관념, 선입견, 편견, 아집, 흑백논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견해나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는 고집이나 왜곡, 유언비어로 인해 사태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집단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의 경우, 집단적이고 충동적이기 때문에 합리적 설득이 어렵다. 세상의 모든 사실은 서로 얽히고설켜 있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구조인데, 단순한 감정적 흑백논리는 우리 사회를 이익되게 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이를 긍정하며 극단을 부정하는 논리의 지혜를! 정치인들이여 가슴에 손을 얹고 조선 시대 초 ‘이 직’선생의 시조를 낭송해 보라.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아마도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며칠 후면 임인년 검은 호랑이해인 새해가 밝아 온다. 새해에는 늘 세대 간, 남녀 간, 지역 간, 계층 간 화기애애한 소통의 꽃이 활짝 피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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