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섭 전 음성읍장

 
 

요즘 아이들은 아빠 엄마가 “얼 만큼 좋아?”하고 물으면 두 팔을 크게 벌려 원을 한 바퀴 그리며 말한다. “하늘만큼 우주만큼 좋아~”

‘말로 떡을 하면 조선 사람이 다 먹고도 남는다’라고 했다.

약속을 실천하지 않는 빈말의 허풍을 꼬집는 속담이기는 하지만 우주만큼의 크기 상대로 조선을 비교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구는 우주에서 조그만 점에 불과하고 이 지구상에는 우리나라보다 큰 나라가 수없이 많은 것을 몰랐기 때문에 조선 땅이 세상에서 제일 크다고 했을 것이다.

물론 외국을 가본 사람은 우리나라 조선보다 더욱 큰 나라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겠지만, 외국은 커녕 한양에도 한 번 가지 못한 뭇 백성들은 그것을 당연시했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조선을 크다고 표현한 예는 이외에도 많다.

누군가 사람들 앞에서 무엇이 엄청 크다고 이야기하면서 호들갑을 떨면 주위에 있던 사람은 당연하게 물으며 그 사람의 기를 꺾어 놓는다. “그게 그렇게 크면 조선만 해?”

그만큼 우리 가슴에는 조선이 엄청나게 크게 자리 잡고 있었기에 거기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지금까지도 비록 땅덩이는 작지만 늘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큰 나라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면 거기에 걸맞게 생각과 행동에 품격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체격이 작은 사람이 몸에 맞지 않는 큰옷을 걸친 것과 같다.

요즈음 오징어 게임 증후군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놀이를 할 때는 심판 없이 대개 양편으로 나눠 진행했고 주로 금(線)을 밟았는지 여·부를 두고 갈등이 심했다.

그런데 갈등을 불러일으킨 자가 나하고 같은 편이냐 -오징어 게임에서는 ‘깐부’라고 표현하는데 필자는 들어보지 못했으며, 비슷한 표현으로 똥패(同牌)라고는 한 기억이 있다.-아니면 저쪽 편이냐에 따라서 이를 지켜보는 나머지 참가자의 판단기준은 오락가락하면서 자기의 주장을 그때그때 달리했다.

같은 상황이지만 나하고 같은 편이면 무조건 금을 안 밟았다고 주장하면서 상황을 자기편에게 유리하게 몰고 가고, 상대편이면 무조건 선을 밟았으니 “너는 죽은 놈이니까 나가!”라고 삿대질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어릴 적부터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이런 문화를 아무렇지 않게 겪으며 자란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똑같은 모습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 사회는 승리한 자만이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패한 자도 승리한 자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하루빨리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개인소득 5만 달러가 된다 해도 진정한 선진국은 아니다.

국민의 눈과 귀가 심판이 되어 우리나라를 올바른 사회 구조로 이끌고 가자.

똥패(同牌)는 서로 부족한 힘과 지혜를 한곳으로 모으자는 목적으로 맺는 거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상대를 짓누르고 이기자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어느 것이 진짜고 가짜인지 모를 정도로 진위가 불분명한 정보가 자고 일어나면 장맛비처럼 쏟아지면서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자주 거론하고 있는 공정과 정의도 선택적이면 사람들은 등을 돌린다.

그것들이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상식에 바탕을 둘 때 우리는 네 편 내 편 따지지 않고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좇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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