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희 수필가

 
 

별 보기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소원 비는 것을 좋아한다. 빛나는 별과 달을 보며 소원을 빌면 나의 소망이 우주에 닿아 이루어질 것만 같다. 그래서 열심히 빈다. 2021년 12월 14일. 나는 진즉에 다이어리에 동그라미를 쳤다. 쌍둥이자리에서 유성우가 쏟아지는 날이다. 딱 그날만 쏟아지는 건 아니지만 그때가 극대기라 가장 많은 별똥별을 볼 수 있다. 정보를 더 알아보기 위해 검색을 하다가 증평 좌구산 천문대에서 그날 관측회를 한다고 했다. 당장 예약했다. 운 좋게 내가 마지막 문을 닫고 들어갈 수 있었다.

당시 간절한 소원이 있었다. 별똥별을 잔뜩 봐서 내 소원을 이루고 싶었다. 또 하나의 욕심은 별똥별을 사진으로 찍고 싶었다. 별똥별뿐만 아니라 빛나는 별들도 잔뜩 찍어 두 눈에 새기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카메라가 필요했다. 사진으로 찍으면 내 것이 될 것 같았다. 홈페이지에서 읽어 보니 카메라를 들고 가면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유튜브를 통해 배울 수 있지만 현장에서 배우는 것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나와 동생은 큰맘 먹고 DSLR 카메라를 샀다. 어차피 초보자라 중고거래 앱을 이용해서 캐논 650D를 렌즈, 삼각대 포함해서 20만 원을 주고 구매했다.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시간이 급했다. 릴리즈도 사야 했다. 나도 몰랐던 것으로 긴 노출 촬영을 찍을 때 필요하다고 한다. 핫팩도 샀다. 동생은 장갑도 샀다. 준비는 완벽했다. 나는 소원을 빌 준비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관측회는 당일 취소되었다. 눈이나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카메라도, 삼각대도, 릴리즈도, 핫팩도 내 마음도 준비가 되었는데 날씨만 준비가 되지 못했다. 다행히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2022년 1월 4일 사분의 자리에서 유성우가 다시 한번 떨어진다. 밤 9시 30분부터 관측이라 숙소를 예약했다. 야간 운전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날이 다가올수록 설마 했던 기우는 역시 맞았다. 관측회는 또다시 당일 취소되었다. 그래도 마음은 어느 정도 비워서 동생과 즐기기로 했다. 우리는 부모님이 봤더라면 깜짝 놀랄 만큼의 음식을 잔뜩 사서 좌구산 휴양림에 갔다. 휴양림 올라가는 길에는 청사초롱 조명이 있어서 멋있었다. 다리의 조명도 아름다웠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설레며 다음에는 부모님과 같이 오자고 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우리는 좌구산 천문대로 올라갔다. 다행히 하늘은 맑았다. 나무 사이사이 총총히 빛나는 별들이 꼭 가지에 달린 보석 같다. 언제나 그렇듯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것을 두고두고 보고 싶다. 언제든지 꺼내 보고 싶다.

밤 8시부터 10시까지 하늘을 보았지만 아쉽게도 별똥별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쉬워 다시 하늘을 보고 숙소에 들어갔다.

우리는 텔레비전을 ASMR처럼 틀어놓고 각자의 볼일을 보았다. 생각해보니 내 방의 일상과 다름이 없다. 우리는 별똥별을 찍기 위한 파생 소비 비용을 계산했다. 디지털카메라, 릴리즈, 핫팩, 장갑(안타깝게도 산 지 하루 만에 잃어버렸다.),숙소 비용, 저녁 음식값, 자동차 기름값. 재미있는 건 숙소 비용보다 저녁값이 더 나왔다.

‘파생 소비’는 무언가를 삼(함)으로써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또 다른 소비를 말한다. <국민 영수증> 방송에서 본 단어다. 공감 가는 회차가 있다, 무소유를 경험하기 위해 템플스테이를 신청했는데 무소유를 경험하기 위해 간 템플스테이의 파생 소비 비용은 130만 원이 넘었다.

요즘 나는 금강경을 읽고 있다. 특히 제1장, 법회를 열리는 인연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공양을 마친 뒤 발을 씻고 자리를 펴는 장면은 언제나 읽어도 전율이 일어난다. 나도 이와 같은 마음으로 살겠다 다짐해 본다.

그래서 산 책이 금강경 사경 책이다. 사실 나는 금강경 사경 책 이외에도 반야심경, 지장경, 법화경 사경 책이 있다. 그 어느 것도 완경 하지 못했다. 마음에 담고 싶을 뿐이었는데 어느새 욕심이 되었다.

좌구산 휴양림에서 내려온 날, 나는 포기를 못 하고 집 마당에서 별똥별을 기다렸다. 극대기가 지나서인지 방향을 못 잡아서인지 1시간을 보았지만 결국 보지 못했다. 하지만 별은 어제보다 더 깊고 밝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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