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꿈드림 센터장

 
 

쌀쌀하던 날씨가 좀 풀리는 것 같다. 여전히 코로나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도 설날을 맞아 가족·친지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설날을 맞아 세뱃돈을 기대했던 아이들의 처지에서는 코로나가 더욱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설날을 맞아 차례를 지내고 가족·친지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고 받는 세뱃돈은 가난한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했다. 사고 싶은 것은 많지만 살 돈이 없어 궁색하던 차에 세뱃돈은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는 가장 손쉬운 접근이기 때문이다.

세뱃돈으로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는 방식은 청소년기를 겪으면서 한 번쯤은 경험해보는 일과일 것이다. 문화적 전통성이 주는 심리사회의 발달 과정이기도 하다. 청소년기는 도덕적. 정서적. 신체적. 사회적인 발달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감수성이 예민하며, 주변의 환경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으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는 가운데 조화롭고 건전하게 성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청소년 시기는 자기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며 심리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기 쉬운 시기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부모의 보호에서 벗어나길 원하면서도 아직 성인의 의무와 권리를 완전하게 가지지 못하고 있는 불분명한 중간적인 시기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어느 한 시점을 떼어내어 인간 심리를 분석하는 것은 흥미로운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은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반면 전 생애를 통해 성장하고 발달하는 존재로서 인간 심리를 이해하는 경우에도 이와는 또 다른 큰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인간발달과정에서 심리발달은 성격, 인지, 언어, 사회성 등 여러 측면의 발달을 포함한다. 심리사회적 발달 학자로는 덴마크게 독일인 에릭 에릭슨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에릭슨은 개인의 성격 형성은 개인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맥락 간의 상호작용에서 원천을 찾고 있다.

영아가 태어나서 노년기가 될 때까지 좌절을 맛보고 부정적인 상황을 맞이할 때가 많은데 이 과정은 진화와 변화를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봤다.

아이는 자라면서 나이에 따라 다양한 욕구를 나타낸다. 때로는 주변 환경이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긍정적 경험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욕구가 좌절되는 부정적 경험을 하는 내적 위기를 겪게 된다. 내적 위기라는 것은 특정 가치를 획득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의 문제인데, 일종의 터닝 포인트와 같은 개념이다. 이 시기를 잘 보내면, 힘을 얻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릭슨이 제시한 심리사회적발달 8단계 중 5단계인 청소년기를 정체 감대 정체감 혼미의 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청소년기에는 급격한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사회적 압력과 요구에 부딪히게 된다. 그렇지만 이시기의 청소년은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전단계까지는 회의 없이 받아들였던 자기 존재에 대해 새로운 경험과 탐색이 시작된다.

에릭슨은 청소년기의 중심과제를 자아 정체감의 확립이라고 봤다.

자아 정체감이란 자기 동일성에 대한 자각인 동시에 자기의 위치, 능력, 역할, 책임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다.

이시기의 청소년들은 자기 자신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애쓰지만, 그 해답은 쉽사리 얻어지지 않기 때문에 고민하고 방황한다. 이 고민과 방황이 길어질 때 정체감의 혼미가 온다.

청소년기 자아 정체감을 쉽게 획득하기가 어려우므로 청년들은 동료집단에서 동일시 대상을 찾거나 혹은 위인이나 영웅에게서 동일시의 대상을 찾으려 애쓴다.

이 시기에 긍정적인 자아 정체감을 확립하면 심리적인 위기를 무난히 넘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다음 단계에서도 방황이 계속되고 부정적인 정체감을 형성하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에릭슨은 청소년기를 절대 의존 기인 영아기만큼이나 중요한 인생의 시기로 보고 있다.

코로나로 고통받지 않고 순조로운 일상이 이어지면서 세뱃돈도 두둑이 받는 가운데 청소년들이 평소 갖고 싶은 것을 사고 하고 싶은 것도 해보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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