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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퇴색하는 고유의 명절 ‘설’의 의미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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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1.25  18: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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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 우리 고유의 명절이면서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본래 설날은 조상 숭배와 효()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돌아가신 조상신과 자손이 함께 하는 아주 신성한 시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코로나 사태로 올해 설도 가족이 함께하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지속되고 있어 안타깝다. 설날은 세속의 시간에서 성스러운 시간으로 옮겨가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평소의 이기적인 세속생활을 떠나서 조상과 가족이 함께 정신적인 유대감을 굳힐 수 있는 성스러운 시간이 바로 설날인 것이다. 또한, 개인적인 차원을 떠나 국가 전체적으로도 설날은 아주 의미 있는 날이다. 국민 대부분이 고향을 찾아 떠나고, 같은 날 아침 차례를 올리고, 또 새 옷을 입는다. 여기에서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는 일체감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볼 때도 설날이 가지는 의미, 즉 공동체의 결속을 강하게 한다. 설날에 흰 떡국을 끓여 먹는 것은 고대의 태양숭배 신앙에서 유래한 것으로 새해의 첫날이므로 밝음의 표시로 흰색의 떡을 사용한 것이며, 떡국의 떡을 둥글게 하는 것은 태양의 둥근 것을 상형한 것이라고 한다. 설날에 마시는 술은 데우지 않고 찬술을 마시는데, 술을 데우지 않는 것은 봄을 맞이하는 뜻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설의 세태가 본래의 취지와는 너무도 다르게 변화되고 있다. 80년대까지만 하여도 설을 쇠러 전국에서 고향을 찾아가느라 귀성 전쟁으로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기뻐하며 기차와 버스에 몸을 실었었다. 고향에 도착하면 부모님과 친지를 찾아 인사드리고 마을 웃어른들께도 일일이 인사를 드렸었다. 그리곤 마을 전체가 설 전날에도 작은 설이라 하여 모처럼 마을이 북적거리며 윷놀이, 제기차기, 연날리기, 농악 등 각종 민속놀이로 흥을 돋우며 마을 전체가 잔칫날 분위기였다.

설날에 어른들은 정갈한 한복을, 아이들은 때때옷인 예쁜 설빔을 입고 친척들이 모두 종갓집에 모여 정성껏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떡국을 나눠 먹고, 웃어른들께 세배를 드려 예의를 갖추고, 어른들은 자손들에게 덕담을 해주며 다독였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귀향도 옛말이 되어 부모님이 자식들이 있는 대도시로 역귀성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설 연휴에는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아예 홀로 집에서 자신만을 위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또 일제 강점기에 한민족을 비하하기 위해 설을 구정이라 부르게 한 것을 지금도 무심코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거기다가 고향도 안 가고 나를 위한 시간으로 설 연휴를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즉 욜로(YOLO) 족과 워라벨족(work and life balance)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설 풍경이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전통을 버리고 현명한 명절을 보내자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재작년 설 연휴 프랑스로 가족여행을 떠난 어떤 이는 30만 원을 내고 한 산사(山寺)의 차례 대행 서비스를 신청하고, 설 당일 해외에서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차례 장면을 시청했다고 한다.

특히 설을 스트레스 주범에서 휴식과 충전의 시간으로 바꾸려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명절이 되면 속이 터져서 화병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즐거워야 할 명절에 가족 갈등으로 스트레스가 쌓인다니 한심하다. 대가족 중심의 농경사회에서 자리 잡은 명절 문화가 시대와 가족구조에 맞도록 합리적으로 바뀔 필요는 있다. 그러나 갈수록 부모와 자식 관계 단절, 형제애의 상실, 친척 관계가 소원 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명절을 기회로 하여 살아계신 부모님을 찾아 섬기고 멀어져 가는 형제 우애를 다져야 한다. 또한, 설음식은 종류와 과다의 문제가 아니라 정갈하고 정성만 있으면 된다.

온 가족이 모여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조상님에 대한 생시 때의 덕담을 나누는 게 좋을 것이다. 우리 한민족이 수천 년 이어온 전통인 설 명절에 겸손한 마음으로 조상님께 차례를 정성껏 지내는 일을 스트레스니 구태의연한 풍습이라 비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반만년 역사라고 하는데 반만년의 역사가 고작 타국의 것을 따라 하고 정작 지켜야 할 우리나라 전통문화나 풍습을 외면해서야 말이 되는가. ‘사후만반진수, 불여생전일배주(死後萬飯珍羞 不如生前一杯酒)’라는 말이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술과 안주를 북두칠성까지 쌓아놓는다고 해도, 살아생전의 한 잔 술만 못하다는 뜻이다. 돌아가신 조상들을 생각하는 마음 못지않게 지금 살아계신 부모, 웃어른, 친척들에게도 도리를 다해야 한다. 조상님들, 부모와 친척, 이웃과 만남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는가를 되돌아보고, 더욱더 친밀한 사랑의 관계 형성을 위해 정성을 쏟는 기쁘고 즐거운 설이 되기를 바라본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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