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꿈드림 센터장

 
 

여전히 찬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지만, 봄기운은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그늘진 언덕배기에서 눈 얼음이 녹아내리며 보이지 않던 생명의 새싹들의 기지개를 켠다. 눈 얼음으로 뒤덮인 혹한의 추위에서도 뿌리는 새 생명을 위해 견딤의 고통을 감내한다.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 지도 3년째 접어들고 있다.

처음에는 답답하던 것이 안 쓰면 불안감을 얘기할 정도로 일상화되었다. 사람들과 만남의 시간도 줄어들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럴수록 매스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도 증가되고 있다. 유튜브도 그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은 과다 사용할 정도로 일상처럼 변화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우려했던 미디어의 과잉 또는 중독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물, 금융거래,배달 등 모든 것이 스마트폰 하나로 다 해결되면서 우리는 어쩌면 접속의 과잉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접속의 과잉은 속도전을 매개로 하고 있다. 속도전은 경쟁을 필연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모든 것이 효율적인 경쟁에 초점을 맞춰 생활하다 보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삶의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경쟁은 승자를 위해 손을 들어주는 합리적인 제도인 것 갖지만 그 근본은 야수성을 탈피하기 어렵다. 사회적 불평등이 심한 나라일수록 경쟁이 심하다. 경쟁이 심한 체제 안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승자든 패자든 행복하지 않다. 끊임없이 야기되는 경쟁의 사슬은 채울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우리의 삶 전반에 깔려있는 입시제도부터 취업, 실업, 노후 빈곤 등 모든 것이 경쟁의 사슬구조 속에서 파생된 불안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불안감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시스템은 경쟁이 아니라 협동이다. 내가 어려워도 기댈 곳이 존재한다면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불안감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샌델은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 서문에서 능력경쟁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내가 가진 재능과 사회로부터 받은 대가는 과연 온전히 내 몫인가 아니면 행운의 산물인가? 나의 노력은 나의 것이지만 그런 노력은 패배자도 하는 것이다. 내가 나의 재능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한 운이다. 나의 노력에 엄청난 대가를 지급하는 사회를 만난 것도 내가 시대를 잘 만난 행운의 결과일 것이다 우리는 능력경쟁을 위해 무장한 사람들보다는 학위가 없지만 우리 사회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사람들, 자신의 일을 통해 부양가족과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내가 받은 사회적 명성과 대가가 행운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겸손해진다. 이런 겸손 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민적 덕성이다. 능력주의 폭정을 뛰어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능력 경쟁주의에 입각한 학벌 계급사회의 어두운 면을 성찰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경쟁과 효율성에만 매몰된 능력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

코로나로 인한 교훈은 우리는 서로 연결된 관계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연대와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승리한 승자의 교만함이 아니라 공동체의 시민 덕성을 겸비한 겸손한 자세가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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