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세계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좋은 나라로 손꼽히는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독일 등의 경우를 보면 남녀 간 불평등한 육아 휴직 사용이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를 발생시킨다고 판단하였고 특히 스웨덴의 경우 이미 40년 전부터 성 평등 정책 중 하나인 아빠 육아 제도 정책을 빠르게 정착시켰다.

이는 노동시장 전반에서의 성별 격차를 해소하고 출산이나 육아. 돌봄 등으로 인한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예방하여 여성 인력이 노동시장에서 지속적인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양성평등 지수가 높은 나라일수록 성별 임금 격차가 낮으며 아이가 생기더라도 여성이 일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다. 출산과 육아는 당연한 권리이고 그 시기가 아이나 부모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도 아빠도 의무적으로 육아 휴직을 쓰도록 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평일 오후 아빠들이 유아차를 밀며 거리를 걷는 모습이나 마트에 장을 보러 다니는 모습, 공원이나 카페에 앉아 아빠들끼리 담소를 나누는 모습 등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흔한 일상이다.

이런 사회에서 나고 자란 남성에게 육아 휴직은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닐 것이다. 반면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물론 우리나라도 육아 휴직 제도가 있다. 과거에 비해 요즘 젊은 세대는 일·가정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점차 아빠 육아 휴직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인식은 남성은 가장 역할을 해야 하고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에서 그 역할과 책임은 여성인 엄마가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남아 있다. 한국 사회 다양한 성 평등 정책이 과연 여성에게만 유리한 것일까?

스웨덴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아빠의 90%가 육아 휴직을 쓴다. 한국 남성의 육아 휴직은 2014년 4.5%에서 2020년 22.7% 정도이다. 과거에 비하면 우리 사회도 남성의 육아 휴직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점차 높아져 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거론한 나라들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에 머물러 있다.

자녀에 대한 양육과 가족 돌봄이 여성만의 역할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함께하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하고 육아 휴직을 쓰는 아빠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회, 조직의 문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빠의 육아 휴직은 특별한 옵션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자녀에 대한 출산과 육아로 여성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해야 한다면 이는 결국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 여성들의 고용률을 높이고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정책들이 단지 여성만을 위한 정책일까? 올바른 성인지 관점을 갖지 않으면 자칫 성 평등 정책에 대한 오해를 갖게 된다. 앞서 예를 들었던 스웨덴의 성 평등 정책 중 하나인 아빠 육아 휴직 제도의 경우도 이는 여성들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혜택을 입게 되는 것이다.

행복한 일터는 행복한 가정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문화, 제도적 지원들이 정착되어야만 비로소 우리 사회 많은 아빠가 금전적 이유나 사회적 편견, 조직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부모로서의 당연한 권리인 육아 휴직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초저출산 국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출산율은 0.81 명까지 떨어졌다. 혼인도 역대 최저라는 통계가 나왔다. 저출산 위기 극복 정책은 다양하게 쏟아져나오고 있다. 갈수록 빈부격차는 커지고 안정된 일자리는 구하기도 힘들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싶어도 출산과 양육, 교육 등의 산재한 문제들과 거기에 따른 엄청난 경제적 비용들…. 과연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있을까?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국가와 사회, 기업 모두의 노력이 있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있을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거창한 이데올로기 담론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만드는 것에서 부 터 시작된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과 혐오, 불평등과 다양한 폭력들에 대한 사회적 민감성을 높여 이를 인권적 문제로 볼 수 있는 사회구성원들의 역량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 사회 모든 영역에서 성인지 관점을 기초로 하여 세대 간,젠더간 서로 다른 입장과 처지를 생각해보고,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여 소통하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때이다.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 살만한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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