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과 교수,행정박사

 
 

근대와 전 근대를 나누는 특징 중의 하나는 정치체제에서 권력자들의 등용방식이 아닐까? 한다. 과거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최고 권력자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계급에 의해 결정되었다. 부모가 왕이라면 그 자식은 왕이 될 자격을 일차적으로 부여받은 것이고, 귀족 혹은 양반으로 태어났다면 그는 고위 공무원이 될 수 있는 신분을 획득한 것이었다. 반면 오늘날에 있어서 국가 주요 권력은 국민들의 선출을 통해 등용되고 있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등은 타고난 신분에 관계없이 국민들과 주민의 표(票)를 얻는다면 국가와 지역의 최고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 인기를 얻고 사는 직업이라는 측면에서 연예인과 비슷하다.

그러나 선출직 공직자와 연예인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연예인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함으로써 인기를 얻지만, 선출직 공직자는 감성을 통해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이성에 의해 결정된다. 연예인의 활동은 우리의 눈과 귀 그리고 뇌를 자극하지만 공직자는 우리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차원을 달리고 있다. 권력자로서 그가 행했던 많은 정책들은 우리 삶의 곳곳을 지배한다. 좋은 정치는 우리들의 삶을 보다 나은 그리고 풍요를 가져다준다. 그렇지 않은 정치는 경우에 따라 역사를 후퇴시키기도 한다.

공직자들은 한 국가와 지역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들이다. 과거에는 신분에 의해 공직자가 결정되었다는 측면에서 국가와 지역의 존폐는 어쩌면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반면 오늘날은 국민과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는 측면에서 성쇠(盛衰)는 유권자들의 몫이 되었다. 누굴 탓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우리들 자신의 지적 수준에 의해 우리 삶이 결정되는 구조가 민주주의 정치체제이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어느 특정 지역에 대형마트가 없다는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다른 지역에는 대부분 있는데 그 지역은 없는 것들이 리스트로 돌아다녔다. 대형마트는 물론 자동차운전면허학원도 없다는 것이 화제가 되었다. 특정 정치세력이 수 십 년간 집권하였던 지역이었기에 더욱 관심을 끌었는지도 모른다. 지방자치의 패악을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에서 그 지역은 여전히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몰표가 주었다.

물론 고인물이 썩는다는 이치가 정치에 반드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 국가가 도약하는 시기에는 오히려 특정 정치세력이 장기 집권하는 현상도 종종 보인다. 1950년대 독일, 1980년대 영국과 미국은 한 정치세력들이 장기집권을 통해 그 나라가 처한 위기상황을 극복하였다. 독일은 아데나워라는 걸출한 총리를 배출하여 전후복구와 선진국에 다시 진입하였다. 또한 영국은 ‘유럽의 병자’라는 평을 받던 나라를 대처라는 탁월한 지도자를 통해 이를 치유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박정희의 통치하에 근대화의 초석을 마련하였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렇듯 연예인과 정치인은 사뭇 다르다. 이들이 추구하는 인기의 본질은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난다. 위계의 차이 아니라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들 간의 간격이 좁혀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정치인이 연예인을 추종하듯이 국민들의 눈과 귀만을 즐겁게 하려 하는 자들이 속속 정치권에 출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치의 장이 점점 더 세력화하면서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그의 업적이 아니라 그가 어느 당파에 속하였는가가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되어가고 있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속한 정파의 지지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려만 한다. 정치의 본질적 가치를 망각하고 연예인처럼 행동하려는 자들에게 주어진 권력은 우리 모두를 피해자 혹은 패배자로 만들 것이다.

대통령의 임무가 교대할 시간이 되었다. 또 지방선거가 목전에 두고 있다. 현직자는 지난 자신의 임기동안 우리 국가와 지역이 얼마나 발전하였는가? 국민과 주민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였는가를 되짚어볼 시간이 되었다. 또 새롭게 선출된 혹은 되고자 하는 분들은 자신들이 우리 국민과 주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선출직 공직자가 된다는 것은 더없는 영예이지만 그가 남긴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영광 혹은 오욕이든 우리 모두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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