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인간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에서 유일하게 거짓말을 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어린아이 때부터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너 나 할 것 없이 거짓말을 안 해 본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거짓말은 사실과 조금도 틀림이 없는 말, 거짓 없이 참되고 바름, 즉 참말과 왜곡이나 은폐나 착오를 모두 배제했을 때에 밝혀지는 진실(眞實)의 반대되는 의미이다.

거짓말은 말하는 이가 이미 거짓임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듣는 이를 사실로 믿게 하기 위해 하는 실제와 다른 발언 또는 일부만 사실인 발언을 의미한다. 거짓말은 보통 비밀을 지키거나, 평판을 유지하거나, 감정을 감추거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 행하여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예의, 수치, 공포, 다른 사람에 대한 보호 등의 이유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거짓말 색깔에 종류가 있을까 싶지만, 우리 사회에선 예로부터 아주 누가 들어도 믿지 못할 뻔뻔하고 여러 사람에게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주는 거짓말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상식화되어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이 새빨간 거짓말에 반대되는 뜻으로 누가 들어도 거짓말인지는 알지만, 피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기분 좋고 도움이 되는 거짓말로 새하얀 거짓말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로 사람을 속이다. 정말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죽고 마는 이야기처럼 요즘 주변에서 양치기 소년을 종종 본다. 새빨간 거짓말로 6·25전쟁을 북한이 북침이라고 말하는 것,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는 말, 정치인들이 국민을 하늘처럼 받들겠다는 말, 또 노인이 이제 그만 죽고 싶다는 것 등이 있다. 재미있는 풍자 이야기 하나가 있다. 지방을 시찰하던 국회의원들 버스가 전복됐다는 신고에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해 보니 사고를 당한 국회의원들은 보이지 않고 농부 하나가 땀을 흘리며 삽을 들고 있었다.

의아해하는 경찰에게 농부는 자기가 모두 매장했노라고 말했다. 경찰이 그 많은 사람이 다 죽었느냐는 질문에 “매장할 때 몇 놈은 아직 살아 있다고 소리쳤지만, 원 국회의원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라는 유머이다. 오래전부터 논의가 되었지만,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어느 상황에서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1997년 미국 내 한 대학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8분에 한 번꼴로, 하루에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물론 거짓말을 하는 것 자체가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상대방이나 나 자신에게 아무런 해를 주지 않는 거짓말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신수가 훤하다.'라거나 '뵙고 싶었습니다.' 등의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한다. 이를 듣는 사람은 그것이 빈말인지 알면서도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를 주지 않는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이라고 한다. 하얀 거짓말의 한 예로 오 헨리가 지은 소설 ‘마지막 잎새’의 소녀가 폐렴을 앓고 있던 그녀의 방 창문에 보이는 담쟁이 덩굴의 잎새가 다 떨어지면 자신도 죽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이웃집 무명화가가 밤중에 몰래 잎새가 다 떨어진 담벼락의 담쟁이 덩굴에 잎새 하나를 그려 놓아 살아났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또 어떤 가족이 타고 가던 승용차가 대형사고가 발생하여 부녀가 함께 한쪽 다리를 잃게 되어 장애인이 되었다. 매일 서로를 위로하며 목발을 짚고 다니면서 희망을 잃지 않고 생활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녀가 함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 어느 소녀가 달려오는 차에 치이려는 순간 그 아버지는 목발을 집어 던지고 쏜살같이 달려가 그 소녀를 구하였다는 것이다. 그것을 본 딸은 아연실색하였으나 사실은 그 아버지는 딸을 위해 거짓으로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장애인행세를 하였다는 감탄할 만한 이야기가 있다.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거짓인가. 거짓도 때론 필요할 때가 있으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거짓이든 진실이든 그 안에 따뜻함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의사가 암 환자에게 당신의 병은 별것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 그 환자가 살수도 있지만, 당신은 몇 달 못살고, 죽을병이라고 하면 내일 죽을 수도 있다. 또한, 교육자는 제자들에게 “넌 너의 꿈을 반드시 이룰 수 있어.”라고 제자들에게 격려하는 하이얀 거짓말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때론 한마디의 거짓말이 수백만 명을 죽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신의 용감한 진실이 수천만 명의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6월 1일 수많은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저마다 사탕발림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과연 그들이 선거기간 동안 쏟아내는 공약들이 새빨간 거짓말인지 실천 가능한 공약인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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