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꿈드림 센터장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모임을 할 수 없었던 제한 규정이 완화되면서 모임과 단체관광 여행도 활성화되고 있다. 주말이면 도심을 벗어나 야외로 나가는 인파들로 교통체증이 심각한 지경이다. 콘크리트 건물 속에 갇혀 지내야 했던 답답함을 털어내고 싶은 욕구가 밀려오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물리적인 거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심리적인 거리감일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관계주의 문화가 몸에 밴 상태에서 오랫동안 가까운 지인들과 만남을 갖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통이다.

완전한 일상회복으로 돌아가는 시점에서 다양한 모임을 통해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말 한마디 잘못하게 되거나 왜곡된 해석 등 사소한 오해로 인해 갈등이 유발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대화의 가장 큰 부분은 말하기와 듣기일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관계를 중요시하는 상황에서는 대화의 패턴이 중요하다.

대화에는 사실 지향적인 사리 대화와 관계 지향적인 심정 대화가 있다. 사리 대화는 그야말로 사실적인 팩트에 치중하는 대화로서 지식과 정보의 전달에 치중한 대화이다. 반면 심정 대화는 화자와 청자간에 감정과 감성이 오가는 대화이다. 대부분이 남자들은 사실적인 대화 위주의 패턴 속에 젖어 살다 보니 사리 대화에 익숙하나 심정 대화는 익숙하지 않아 불편해한다.

부부지간에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사소한 말끝에 부부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대화의 패턴방식일 것이다.

사랑도 기술과 훈련이 필요하듯이 대화도 훈련이 필요하다. 사리 대화는 누구나 쉽게 익숙해질 수 있지만, 심정 대화는 공감적 경청을 전제로 해서 들어야 하므로 연습과 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에 의한 상처가 크다.

또한, 듣는 사람으로서도 선택적 청취를 하게 되면서 전체적인 맥락은 간과한 채 부분적인 면만 부각시키고 확대해석해 걷잡을 수 없는 갈등의 골이 유발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관계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관계들에 사람들이 얽히고설키는 과정에서 충돌과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우리는 자신과 다른 세대에 해당하는 누군가가 자신과 소통을 하려고 할 때 자기 자신보다는 자신이 관계를 인정해주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부모와의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는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보다도 더 큰 갈등상황은 자신의 관계를 인정해주지 않고 폄하하거나 심지어 단절시키려 할때다.

이때가 수많은 청소년들과 부모들 사이에서 불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청소년기 자녀가 자신의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핸드폰을 뺏어 들고 우리 아이 만나지 말라는 호통을 치게 되면 부모와의 관계는 틀어지게 된다. 청소년기 자녀는 극심한 모멸감을 떨쳐내지 못한 채 부모와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갈 것이다. 청소년기 자녀는 자신의 관계를 모욕했기 때문에 부모의 기대에 벗어나는 돌발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래 관계를 중요시하는 청소년기에는 자신에게 쏟아내는 비난보다도 자신의 관계가 폄하될 때 더 큰 불편함과 섭섭함을 느낀다.

청소년기의 자아는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부모가 청소년기의 자녀와 잘 소통하고 잘 지내는 방법중의 하나는 청소년기 자녀의 관계성을 인정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관계주의 사회에 발을 디디고 있는 만큼 우리는 그 사람의 관계성을 인정하면서 감성적인 훈련으로 심정 대화를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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