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과 교수,행정박사

 
 

지방선거가 끝나고, 당선된 이들의 새로운 임기가 7월부터 시작되었다. 이와 함께 새로이 임기를 시작하는 각 단체장들의 포부 등이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이 중에서 최근 눈에 띄는 기사가 ‘진보교육감들이 학교 시험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다’이다.

교육에 있어서 좌우의 이념적 교육관이 극명히 대립했다. 진보교육감하에서 ‘영재, 수월성 교육’ 등과 같은 단어들이 금기시되는 반면 ‘전인교육, 다양성, 창의성’ 등의 용어들이 애용되었다. 학력평가 축소 혹은 폐지, 혁신학교, 고교학점제 등이 추진된 반면, 특목고, 자사고 등의 폐지가 강력히 추진되었다. 학생들의 경쟁을 유발하여 전인교육에 맞지 않는다는 미명하에 각종 시험이 축소 혹은 폐지가 지향되었다. 그런데 일부 진보교육감들이 ‘학력진단평가 실시 혹은 확대, 창의·영재교육 강화’ 등과 같은 보수교육감들 입에서나 나올 수 있는 정책들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환영할 일이다.

교육감선출과 관련하여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온다. 특히 우파 혹은 보수 쪽 진영에서 교육감 선출방식에 대한 많은 문제 제기가 있다. ‘진보의 단일화. 보수의 분열’은 이들이 가장 많은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우리 학부모들이 교육에 있어서는 진보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을 더 공감한 것이 당선의 핵심적 요인이 아닐까 한다. 대표적으로 ‘전인교육’이라는 용어는 너무나 매력적인 교육 구호 혹은 목표가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지식뿐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지혜와 인성 등 모두를 학교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학부모에 있어서 너무나 매력적 선동이다. 또한, 어린 자녀들이 시험에 얽매여 밤늦도록 공부하는 그 안쓰러운 모습을 보며 ‘시험철폐’를 외치는 이들은 진정한 사표(師表)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바램과 달리 전인교육, 시험철폐는 교육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먼저 전인교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이다.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넘을 수 없는 선이 있다. 특히 학생의 정서, 인성, 대인관계 등 전인교육에서 추구하는 분야에 있어서 선생님들의 역할은 현실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학교공부를 지도하는 것에 한계가 있듯이 말이다. 더욱이 시험 혹은 학력평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이들의 필요성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학생 시절로 돌아보면 ‘선생님은 나를 미워하시나봐? 왜 내가 공부한 곳에서는 출제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은 곳에서만 시험문제가 나올까?’라는 말을 한 번쯤 해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푸념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학교에서 시험은 그 해당 과목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출제한다. 이 수업을 들었다면 ‘이것만은 꼭 알아야 한다’라는 것을 출제한다. 그래서 동일한 문제가 매년 출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이유이다. 물론 점수로 시험의 결과가 표현되고, 이에 따라 석차가 나누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학생 특히 학부모들이 부담을 느낄 수는 있다. 대부분의 시험은 어디까지나 학업성취 수준을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고, 학생 간 우열은 부차적인 결과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시험을 반드시 봐야 할 필요성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시험은 학생들을 각성시킨다. 학교는 학생들이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순차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이다. 교과목이 분류되어 있고, 학년이 나누어진 것은 바로 이러한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체제이다. 시험은 학생 자신에게 학업성취를 분발시키는 요소이다. 둘째, 학생들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도구이다. 다양한 교과목은 이후 해당 분야의 전문직업과 연관되어 있다. 교과목에 대한 선호와 성취수준은 자신의 잠재적 재능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국어를 잘한다면 인문학적 직업에 적성이 있다는 것이 될 것이고, 수·과학에 재능이 있다면 이공계 직업에서 자신의 미래를 찾아야 할 것이다. 셋째, 학생의 지적 수준을 확인하고 발달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시험에는 난이도가 있게 마련이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성취수준은 그 학생의 지적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시험은 학생이 접할 수 있는 고도의 지적 작업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타고난 지적 수준을 확인하는 계기일 뿐 아니라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활동이다. 인간의 성장이 단순히 키, 몸무게 등 신체적 분야의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적 재능도 노력하면 일정 부분은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의미에서 시험성적은 실력의 반영이 아니라 성실성의 또 다른 표현이다.

학교에서 시험을 포기한다는 것은 학생이 지적 수준에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빼앗는 행위이다. 문제는 학부모들이 지나치게 그 결과에 집착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평가라는 행위를 타인과의 비교하는 도구로 삼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성취수준을 확인하는 도구로 삼는다면 시험은 그 의미를 달리할 될 것이다.

도전하지 않고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학교는 사회를 준비하는 곳이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준비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과잉 사랑이 때로는 아이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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