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준 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요즘은 사진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대부분 저장장치에 저장하여 보관하기 때문에 앨범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저장용량이 큰 장치는 많은 양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보관함으로서 사진이 실감나고 현실감이 크다. 보관이 편하고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반면, 고장으로 인하여 프로그램이 파괴될 경우 사진이 모두 버리는 아쉬움도 있다. 아무튼, 현재는 사진을 찍어서 앨범으로 보관하기보다는 저장장치에 보관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우리 어릴 때 졸업식 선물은 대부분 앨범이었다. 소풍 때도 그렇고, 수학여행 갈 때면 카메라를 빌려 많은 사진을 찍고 사람 수대로 인화하여 돈을 받고 나누어 주었다. 그러면 앨범에 차곡차곡 모아 두고 자주 보곤 했다.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 때도 부모님과 찍은 사진을 돌려보곤 했다. 앨범이 많은 사람은 대여섯 권씩 되곤 했다. 손님이 오거나 친척들이 모이면 돌려보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언제부터 인가 앨범이라는 것이 사라졌다. 요즘 아이들 사진은 핸드폰 속에서나 볼 수 있다.

비 오는 날 조용한 시간에 책장 한구석에서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앨범을 찾아 넘겨보면서 지난날을 되짚어 본다. 우리 형제들의 경우는 어린 시절 사진이 없다. 사진을 찍기도 어려웠지만 한두 장 있던 사진도 보관을 잘못하여 잃어버리거나 찢어져서 버렸기 때문에 보관하고 있는 것이 없다. 중년 이후의 부모님 사진과 나의 학창 시절 이후 군 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동료들과 찍은 사진 등이 남아 있다. 고생을 많이 하시고 힘겹게 살아오신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학창시절 생각이 없이 뛰놀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았던 친구들의 옛 모습이 그립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장가를 들고 결혼사진을 찍고 또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요즘 젊은이들은 앨범이 없다. 모두 컴퓨터 속에 메모리로 저장되어 있다. 대용량으로 많은 사진을 저장할 수 있음은 물론, 동영상으로 저장할 수 있어 생생한 현실감 있는 영상을 두고 볼 수 있다. 종이로 보관하는 것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어 좋기는 하고, 잘 관리하면 일생의 중요한 역사를 만들어 갈 수도 있다. 영상을 복사하고 보내는 기술의 발달로 별도의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여러 명이 나누어 가질 수도 있다. 요즘의 일상생활에서 영상은 모든 것을 감시하고 보호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그러나 우리의 앨범 속에는 사진으로 찍히지 않은 많은 추억들이 포함되어 있다. 동생의 사진에서 부모님을 만나고, 친구의 사진 속에서 나를 본다. 앨범 속에 사진 한 장을 보아도 그 사람과의 추억을 그릴 수 있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게 한다. 때론 애절하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다정하고 사랑스런 마음으로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또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움과 안타까움도 느끼게 된다. 이쯤이면 앨범을 덮고 눈을 감는다.

모든 것은 소중한 나의 추억들이다. 열 번을 보아도 감회가 새로운 지난날의 나의 인생의 여정들이다. 이는 나에게는 정말로 소중한 것이나 나 외의 사람에게는 소중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저 많이 보는 사진이나 그림의 한 면 일뿐이다. 세월이 흘러 누가 정리하든 불태워버리는 한 줌의 재로 남을 것이나, 나는 오늘도 먼지를 털어가며 인생을 더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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