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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쿠마리’ 그리고 복지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과 교수,행정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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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8.08  16: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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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해외뉴스에서 네팔의 쿠마리출신의 여인이 금융기관에 취업하였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네팔에서 쿠마리는 토속종교에서 일종의 어린 여자 사제(司祭)를 의미한다. 5세 전후한 여아 중 선발되며 14세 전후 초경을 시작하면 강제 은퇴 당한다는 여인이다.

쿠마리는 살아있는 여신 취급을 당해 선발도 까다롭고, 생활도 일반인과 상당히 다른 삶을 산다고 한다. 몸에 상처가 없어야 하고, 특정 가문 출신 등의 조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사제가 된 이후에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생활하여야 한다. 또한, 여신이기 때문에 일체의 일을 할 수 없고, 걷는 것도 허용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동이 필요한 경우에도 타인에 업히기나 가마 등을 통해 움직인다. 이러한 원칙이 엄격히 지켜지던 과거에는 학교에도 갈 수 없었고, 심지어 근육이 발달하지 못하여 은퇴 이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초래되기도 하였다.

쿠마리에서 은퇴한 여성은 이후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종교적 미신에 의해 가족과 사회로부터 터부시되어 버림받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현실적으로도 걸음도 걷지 않던 세속의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생활하던 여인이 갑자기 현실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과거 대부분 쿠마리는 은퇴 이후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거리의 여인으로 전락하며 비참한 삶을 이어갔다. 그런데 차니라바즈라차리야라는 올해 26세 여인은 숙명과도 같은 쿠마리의 삶을 개척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당당히 네팔의 자산관리회사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였다고 한다. 이 여인은 쿠마리 당시에도 학교에 보내줄 것을 요구하는 등 삶을 착실히 준비하였고, 은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여 대학은 물론 대학원까지 졸업하였다고 한다.

쿠마리의 불행한 운명을 깨버린 한 여인의 기사를 보며 찬사와 함께 복지를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인생의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며 그 밖의 환경 혹은 제도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한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여인에 있어서 과거 쿠마리의 운명은 결코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으로 보여주었다.

근대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이전 왕정 시대와 다른 특징 중 하는 복지개념의 등장이 아닐까 한다. 물론 과거 왕정 시대에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각종 지원정책 등이 존재하여 왔다. 우리의 경우에도 진대법, 환곡 등 역사상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은전적 시혜정책은 있었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당초 취지와 달리 백성들의 착취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반면 오늘날의 복지는 노인, 장애인, 아동 등 전통적 의미의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성인들의 삶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사회보장 혹은 사회복지는 근대국가의 사회적 책무이며 존재 이유다. ‘포퓰리즘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때로는 과도한 복지정책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민주주의 정치체제, 선거와 이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은 복지의 의미를 왜곡하고 이을 조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날 복지제도는 점점 개인에 있어서 주체적 삶의 의지를 꺾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국가의 요란한 구호는 마치 제도가 개인의 모든 욕망을 충족시켜 줄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복지에 얹혀살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주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하여 보아도 이들 구호가 얼마나 선동적인 수사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다. 우리들 개인은 다양하고 무한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반면 국가가 마련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어떤 선진국도 국민의 욕구를 복지라는 이름으로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무한한 욕망과 제한된 자원의 불일치는 개인과 국가 모두가 직면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자신의 삶은 자신이 개척하고자 것이며, 복지는 우리 삶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데 발생하는 근본적 한계의 일부를 도와줄 뿐이다. 비유하자면 우리는 복지라는 자율주행차에 탑승한 승객이 아니라 안전벨트 등과 같은 안전장치라는 복지로부터 보호를 받는 자가용 운전자이다.

쿠마리의 운명을 개척한 여인의 사례는 결국 자신의 삶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자명한 이치를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결코, 복지는 우리 삶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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