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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룬 숙제는 더욱 부담스럽고 하기 싫어진다.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과 교수,행정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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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9.05  11: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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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한 고백이지만 학교 때를 생각해보면 숙제가 정말 하기 싫었다. 특히 방학 숙제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다. 미루고 미룬 숙제를 개학을 며칠 남기고 벼락 치듯 하려 하면 여간 죽을 맛이 아니었고, 결국은 다 하지도 못하고 개학을 맞이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정권이 바뀌는지도 100여 일이 지나고 있다. 새로운 정권 아래에서 희망찬 소식보다는 여기저기 비관적인 소식들이 적지 않게 들리고 있다. 특히 복지 분야에 있어서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들린다. 연금개혁을 하지 않으면 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소리, 건강보험료가 내년부터는 소득의 7%를 넘게 되었다는 소식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것을 현 정부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엄격히 말하면 직전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의 소산일 뿐이다.

이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사회보장제도의 핵심적 부문이라는 측면에서 이들 분야의 재정 건전성이 흔들린다면 그것만큼 큰일은 없다. 먼저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된 이후 그동안 우리는 10년을 주기로 연금개혁을 실시하여 왔다. 19981차 연금개혁은 급여 수준을 기존 70%에서 60%로 하향 조정하고, 연금수령 연령을 점진적으로 상향하여 65세가 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였다. 20072차 연금개혁은 기존 60%의 소득대체율을 다시 40%로 대폭 삭감하는 개혁조치를 취하였다. 정상적이라면 2017년 전후하여 있어야 할 3차 연금개혁이 지난 정부 내내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의 무책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저출산 노령화라는 국가적 현상 속에서 건강보험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정권은 문케어라는 그릇된 환상 속에서 의료보장성을 강화한다는 핑계로 각종 의료보장 혜택을 확대함으로써 이전 정권에서 쌓아놓았던 수십조 원의 건강보험재정 충당금을 불과 5년 만에 소진하고 이제는 건강보험재정을 적자로 돌려놓았다. 그 일차적 결과물이 건강보험료 7% 상회로의 인상이다. 조만간 보험재정의 상한인 8%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암울한 소식도 전해진다. 연금효율이 급여의 9%인데 건강보험료율이 7%를 넘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국민 개개인에 있어서 국민연금은 언젠가 돌려받는다는 의미에서 적금이라면 건강보험료는 일회적 보험료일 뿐이다. 또한, 은퇴 이후에도 연간 소득 2000만 원을 상회하면 피부양자로서 자격을 상실하고, 지역가입자로서 전환된다는 측면에서 건강보험료는 노후의 삶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 준비한 각종 연금이 건강보험료 폭탄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포퓰리즘 정치이며 무능의 정치라 할 것이다.

복지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가 지속가능성이 아닐까 한다. 일반적으로 근대 복지의 출발을 사회보험의 출발을 꼽는다. 그 이전에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각종 지원은 존재하였다. 그러나 사회보험이 등장하면서 국가의 은전적(恩典的) 혜택이 아닌 나의 권리이며 항구적 지속성을 갖춘 제도로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복지 시대를 열었다. 국민 모두의 참여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사회적 위험이 닥친 분들에게 혜택을 통해 일상의 위험으로부터 더욱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대 사회보장제도이다.

그런데 직전 정부는 지속가능성을 외면하고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는 것을 방치 혹은 조장하였다. 이전 정권의 탄핵사태가 공무원연금개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우려했는지 모르나 어떤 개혁정책도 추진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숙제를 미룬 것이다. 국민연금개혁의 목소리에 귀 닫고, 저출산 고령화의 급격한 인구변화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재정을 흥청망청 탕진하였다. 그 최대 수혜자가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었다는 소식을 접하면 할 말을 잊게 한다.

늦었다고 할 때가 빠를 때라는 말이 있다. 방만하게 운영되고 여기저기 누더기가 된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합리적 개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복지를 되찾는 것이 현 정부의 과제일 것이다. 학교 숙제는 미룰 수 있어도 국정 과제를 미룰 수는 없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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