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과 교수,행정박사

 
 

최근 버트란트 럿셀이라는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철학자이면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석학(碩學)의 노년(老年)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만약 천년 후에 이 영상을 보는 후손들에게 들려줄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 노(老)철학자는 “당신이 연구하던 어떤 숙고할 일이 있을 때 사실(fact)을 확인하라, 그리고 그것이 진실이라는 증거를 찾아라”라는 말하는 것을 보았다. 너무도 당연한 말씀이지만 세계적 석학의 입을 빌려 듣는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대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떤 사건을 판단하기 위해서 ‘사실’이 무엇인지를 확인하여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지극히 평범한 일을 등한시한 것이 아닌지 하는 반성을 해보아야 할 듯하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에는 일부 학자들의 책임도 크다.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대표되는 지식의 상대론자들은 절대적 진리를 부정하고 상대적 가치를 신봉하였다. 일부 지식인들은 ‘진보적 가치=상대적 진리’인 것처럼 행동하였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진실은 언제든 조작해도 되는 대상인 것처럼 행동했다.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인 ‘언론, 출판, 결사·집회 그리고 사상의 자유’ 등을 자신들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활용하고자 하였다. 언론과 방송 그리고 문화·예술을 통해 대중의 사상을 지배하고자 하였다. 이들의 대표적 활동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지난 두 보수 정권하에서 있었던 촛불시위이다. 광우병과 국정농단이라는 거짓의 거대한 정보의 산을 만들고 국민을 현혹·선동하였다.

사실들을 통해 확인된 사건 혹은 현상의 참모습이 ‘진실’이며, 진실들을 통해서 확인된 보편적 가치 혹은 원칙이 ‘진리’이다. 진리와 진실의 출발은 사실을 통해 이루어지며, 사실의 확인을 통해 더욱 나은 진실과 진리에 다다를 수 있다.

혹자는 ‘패러다임의 변화’의 대표적 예로 드는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학문체계 대변화를 상대적 진리의 존재가치로 든다. 그러나 이러한 학문체계의 대변화는 오히려 진리를 향한 위대한 진보의 결과라 할 일이다. 인간의 육안을 통해 확인된 사실에 기반을 둔 천동설이 망원경이라는 새로운 기계의 발견을 통해 일대 전기를 맞게 되었다. 목성을 돌고 있는 위성들이 발견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는 지동설로의 일대 사고 전환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를 통해 과거 천동설하에서 쌓인 지식은 버려진 것이 아니라 새롭게 재해석하는 계기로 작용함으로써 천문학적 발견들의 지식체계를 더 풍성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 사실은 새로운 발견을 통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됨으로써 진실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된다.

상대적 진리에 대한 유혹은 특히 정치에서 그 힘을 발휘한다. 권력을 통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진실 혹은 진리는 거추장스러운 도구일지도 모른다. 그래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거침없이 사실을 왜곡하고자 한다. 그러나 사실의 왜곡은 반드시 정치적 실패로 규결 될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의 실패는 바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심지어 왜곡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던 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 이름의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실질임금은 상승시키지 못하면서 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만을 초래하였다. 또한, 현실을 도외시한 부동산정책은 아파트값의 폭등을 통해 집 없는 서민을 아프게 하였고, 이제는 폭락의 조짐을 또다시 그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외에도 어설픈 환경주의자들의 탈원전 정책은 막대한 국가경쟁력을 추락시켰다. 이외에도 그들은 통계조작 혹은 통계지표의 변경을 통해 자신들의 실패를 감추고자 하였다. 그 결과가 전기요금과 같은 부메랑으로 우리 삶에 다가오고 있다.

국민의 수준이 정치의 수준이다.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살고 싶다면 사실(fact)의 힘을 믿고 이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사실(fact)을 외면한 결과이다. 사실의 힘은 변화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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