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과 교수,행정박사

 
 

적폐청산(積弊淸算)은 ‘오랫동안 쌓인 폐단을 깨끗이 청소한다’라는 뜻이다. 구악을 청소한다는 말일 것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크고 작은 이전 정권에 대한 청산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되어 왔다. 이러한 과정은 정치 권력에 대한 자정작용(自淨作用)이라는 측면에서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순기능이라 할 것이다.

현 정부 역시 지난 정권에 대한 각종 비리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정치인에 대한 수사로 인해 속도를 내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 정권의 비리에 대한 수사는 지속되는 듯하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한 전진 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구속이 이루어졌고, 취업청탁과 관련한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국 금지된 것을 보면 말이다. 이들 두 사건은 지난 정권의 출범을 생각한다면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었다. 아직 법원의 판결이 없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의혹 자체만으로도 지난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힐 사건이다.

먼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은 당시부터 너무도 이상한 사건이었다. 어업지도선에 있던 공무원이 수십km 떨어진 북한 영해에서 북한군에 의해 바닷물 속에서 사살을 당하고, 시신은 불태워졌다. 지난 정권은 그 이전 정부 하에서 있었던 서해상의 대형 해상교통 사고와 관련하여 대통령의 책임을 집요하게 물었고, 탄핵 사유 중의 하나로 지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두 사건은 사망자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성격 자체가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이다. 후자가 흔치 않은 해상사고라면 전자는 중대한 안보문제일 뿐 아니라 한 사람의 인권이 국정 고위책임자들에 의해 유린당한 사건이다. 차가운 바다를 수십km를 헤엄쳐 월북하려 했다는 말로 고인의 모욕한 일은 결코 용서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취업청탁 역시 이전 정권하에서 발생하였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다. 지난 정권은 이전 정부 하에서 취업청탁관련자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통해 처벌하였다. 그렇게 출발한 정부의 최고위직 인사가 또다시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 자체가 그들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난 정권은 ‘적폐청산’을 기치로 출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청산을 이루지 못하였다. 진정한 청산이 이루어지려면 관련자들의 처벌과 함께 각종 제도의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구악의 행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못하도록 솔선수범(率先垂範)하는 자세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과연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남이 하는 것은 불륜이요 내가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듯한 행태가 지속되었다. 지난 정권을 탄생시킨 선거과정에서 여론조작이 대통령 측근을 포함하여 이루어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이전 정권하에서 국정원 관계자들이 정치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처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 대통령의 지인을 광역자치단체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과 해당 지방경찰청장이 개입하였다는 것이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그 이전 정권하에서 대통령이 여론조사 등을 통해 집권당 공천에 개입하였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았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너무 많아 일일이 거론하는 것조차 힘들다. 그들의 적폐청산은 정치개혁 차원이 아니라 정치보복이었을 뿐이다. 아니 어쩌면 자신들과 다른 정치세력의 씨를 말리려는 반역행위에 준하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적 요체는 견제와 균형이다. 입법·사법·행정이 분리되어 상호견제를 통해 국정이 어느 일방에 의해 독단적 국정 운영이 이루어질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임기제 선출과정을 통해 집권자의 장기독재를 견제하고 있다. 정당을 달리하는 정치세력들의 상호견제와 경쟁은 민주정치의 건강성을 확보하는 요체이다. 물론 대중영합적 정치행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부정적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선거라는 치유과정을 통해 극복되어왔다.

적폐청산 활동은 정치인에게는 고통일 수 있으나 국민에 있어서는 국가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청산작업을 통해 권력자들의 부패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견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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