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준 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금년도 국내 과일 작황은 작년도에 비하여 날씨가 좋고 병충해가 적어서 생산량이 증가하여 풍년농사를 이루었다. 염려했던 천공병 등 병충해의 발생이 줄었고, 7월말 비가 많이 오는 관계로 낙과가 많이 발생하기는 했으나, 작황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과일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떨어져 과일가격은 작년도에 비하여 30%이상 하락하였고, 특히 추석을 지난 이후로는 가격이 폭락하고 말았다. 농민들은 열심히 일하고 수확한 과일의 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하락한 관계로 실망이 컸다. 과일을 포함한 우리 국내 농산물은 풍년이 들어도 걱정이고, 흉년이 들어도 늘 걱정이다.

그런데 국내과일 소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정부가 ‘동절기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할당관세 확대시행 계획’이란 것을 내 놓았다. 난방연료와 수산물 등 10개 품목의 할당관세를 적용하면서 여기에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 과일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거나 무관세를 적용했다. 그에 따라 포도, 감, 감귤 등 국내과일의 시세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소비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값싼 수입 과일이 대거 수입 유통되면 국내 과일 시장은 그나마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은 뻔한 일이다.

또한, 정부의 무분별한 장려정책 등으로 수요보다 많은 양이 생산되어 자리를 잃어버린 과일 품목들도 많다. 우선 몇 년 전 우리 주변에서 많이 재배해왔던 ‘아로니아’는 잘 길러서 많은 수확을 했음에도 과잉생산으로 판매처가 없어 모두 캐 내버리고 말았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한라봉’ 우리나라 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신고배’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국내에서 개발되어 그 달콤한 맛으로 인기의 정상을 달리던 신품종 포도 ‘사인머스켓’은 무분별한 재배면적의 확대 및 과잉생산으로 그 명성이 많이 떨어졌다. 포도의 대명사로 인기가 최고였던 ‘거봉’역시 칠레산 포도에 밀려 자리를 잃어 버렸다.

포도만이 아니라 사과, 배나 복숭아도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대부분 추석 절에 맞추어 출하를 해야만 그나마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을 뿐이고, 이후로는 가격이 급격히 추락하는 분위기다. 대부분 과일이 사람들의 선호도 보다는 제수용으로나 선물용으로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사과의 경우는 온난화 현상으로 인하여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으며, 복숭아는 매년 과잉생산으로 과거에 비하여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로 전망이 어둡다.

우리나라 과일 재배의 가장 큰 문제는 과잉생산이다. ‘사인머스켓’ 처럼 고품질에 가격이 좋은 품종이 나오면 재배면적이 급속히 상승하면서 폭발적으로 생산량이 증가하여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복숭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생산성이 없는 구 품종 사과나무나 포도나무를 베어내면서 복숭아나무를 부문별하게 많이 심어 갑자기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우량 국산과일 품종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은 더 중요하다. 국내에서 어렵게 개발한 과일 품종들이 적정한 면적과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선호도를 고려한 과일의 생산과 공급은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관건이다. RCEP의 본격시행과 CPTPP가입문제 등으로 무관세 열대 외국과일이 대량으로 밀려오는 상황에서 우리 과일을 지키고 키울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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