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던 2022년도 1주일 정도 남겨진 12월의 끝자락이다. 코로나 사태로 2년이나 물 건너갔던 송년회가 살아나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하여도 밤마다 길거리가 송년회로 떠들썩하다. 전에는 망년회(忘年會)로 많이 쓰던 말을 어감도 좋지 않아 요즈음에는 한 해를 보내며 새해를 잘 맞이하자 라는 뜻으로 송년회(送年會)라는 말을 많이 쓴다.

당연히 송년회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술이다. 요즈음은 술이 남녀노소 누구를 막론하고 필요한 인간관계의 윤활유가 되어버렸다. 누구나 술을 마시게 되면 곧잘 솔직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그 솔직함이 좋아서 한 해가 저물어가는 밤에 고기 굽는 희뿌연 연기를 어깨로 넘기며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며 한해를 뒤돌아보는 것일 게다. 거기다 인생의 멋과 낭만을 함께 즐긴다.

술이란 한 잔의 술에 박장대소하는 술자리에서 한 나라의 흥망성쇠와 남녀 간에 불같은 사랑과 이별 그리고, 개인의 출세와 영화를 누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 잔은 건강을 위하여, 두 잔은 쾌락을 위하여, 석 잔은 방종을 위하여, 넉 잔은 광증을 위하여 술을 즐긴다. 적당히 마시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자 주선, 술을 양적으로 많이 먹고 자랑하는 자 주당, 술을 몇 잔 마시고 몸을 못 가누는 자 주졸, 술을 입에도 못 대는 자 동물원 원숭이라 한다. 술좌석에서 잔이 한 바퀴 도는 것을 한 순배(巡杯)라고 하는데 대개 석 잔 은 훈훈하고, 다섯 잔은 기분 좋고, 일곱 잔은 흡족하고 아홉 잔은 지나치므로 선조들은 일곱 잔 이상은 절대로 권하지 아니하였다 한다. 그리고 송년회 석상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건배다.

건배의 유래는 원래 신(神)에게 바친 신주(神酒)로 또는 죽은 사람에 대하여 행하는 종교적 의례였으나, 이후 서로를 축복하는 뜻으로 변하였다고 한다. 술잔을 단숨에 비우는 것은 옛날에는 뿔잔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며, 건배 잔을 단숨에 비우는 것은 잔의 술을 상대방의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술잔을 맞대어 소리를 내는 것은 서로의 마음이 통한다는 뜻이고, 주객(主客)이 동시에 술을 따라 건배하는 것은 독주(毒酒)가 아닌 것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건배할 때의 말과 방식도 나라마다 풍속 ·습관 ·연회 등 종류에 따라서 다르다.

건배에 사용하는 술도 다양하며, 건배 후에는 술잔을 깨는 풍습도 있다. 중국에서는 술잔을 비우고 다 마셨다는 증거로 술잔을 거꾸로 하는 습관이 있고, 러시아 연방 캅카스 지방에서는 잔을 든 팔을 서로 걸고 마시는 등 민족에 따라 여러 가지 형식이 있다. 공식적인 연회에서는 디저트 후나 인사를 하기 전에 건배하고, 결혼, 피로연 등의 사적인 연회에서는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 건배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건배는 주빈(主賓) 중에서도 연장자로 존경을 받는 사람의 선도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주도자가 일어나면 참석자도 모두 일어나 잔을 손에 들고 일제히 화창(和唱)한다. 술은 보통 샴페인이나 소주, 맥주가 사용되며, 술을 못 하는 사람이라도 소량이나마 술을 받아 들고 일제히 화창하는 것이 예의이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은 잔을 비우자는 의미로 건배(乾杯), 간빠이, 칸페이, 미국은 Cheers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건배 구호도 세월 따라 변하여 요즈음에는 ‘위하여!’가 제일 대중적으로 쓰인다. 그러나 좀 더 색깔 있는 건배 구호로 지화자! 당나귀!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진달래! 나이야 가라! 당신 멋져! 등등이 있다. 모임에 늦은 사람에게는 후래자 삼배가 있는데 석 잔 을 먹이는 것은 먼저 온 이들은 이미 술을 마셔 붉은데 늦은 이는 백색이라  동색으로 즐기자면 석 잔 은 받아야 얼추 비슷하게 흥을 맞추겠다 싶어 하는 관례이다.

그러나 술은 마시기 시작할 때에는 양처럼 순하고, 그보다 더 마시면 돼지처럼 더럽게 되고, 너무 지나치게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거나 노래 부르거나 한다. 술은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인 것이다. 이렇듯 좋은 술이라 하나 과음을 삼가하는 술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불우한 이웃, 소외된 이웃을 돌아봅시다. 안주 없이 소주 한 병 깡술로 공원 한구석에서 당장 내일의 자식 학비를 걱정하는 이웃, 송년회는 사치라며 안치환의 노래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 번도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라며 세상을 비관하는 이웃, 이런 이웃들에게 연탄 한 장, 쌀 한 포대라도 나누어 줍시다. 그래서 사랑의 열기로 동장군의 기세를 꺾어 그들에게도 따뜻한 연말을 맞도록 도와줍시다.

그리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즐거운 송년회를 하고 희망찬 계묘년 새해를 맞이합시다. 12월 31일 자정 보신각 타종 소리가 가슴 벅차도록! 우리들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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