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신 한국입양홍보회 하트패밀리지역대표

 
 

내 딸아이를 입양으로 품에 안은 것은 생후 4개월 좀 늦었다. 입양 신청까지 하면 2년 만에 만난 셈이다. 해를 넘길 줄 몰랐는데, 못 만날 확률이 점점 길어져 마음을 비우고 있던 어느 날 순식간에 만났다. 데려가라는 전화가 올리고 기뻐하는 사이, 보류되길 몇 차례! 어느새 우리는 전화가 와도 마음의 기대를 접어야 하나 고민이 되고 있을 즈음이다. 그래도 우리는 아이 양육을 위한 계획을 우리 나름대로 하나하나 준비하고 있었다.

진짜 그날도 전화가 왔다.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데려가라는 연락이다. 연락이 오고도 또 취소된다는 전화는 오는 건 아닌지 걱정하며 며칠을 보내고, 드디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출발하면서도 한편으론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

도착하니 담당 선생님은 왜 그리 부정적 이야기들을 많이 쏟아내는지.... “아니 하지 말라는 건가?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말씀하세요?” 아니나 다를까 “제가 너무 극단적으로 말하죠? 혹시라도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 수 있기에....” 담당 선생님은 양육 과정의 어려움, 아이의 발현되지 않은 약점, 가족력 등 생각지 못한 다양한 문제가 양육 과정에서 생길 수 있으니 각오하라며 으름장을 놓으신다. 입양을 준비하기까지 몇 년을 대화하고 심사숙고한 결정인데도, 막상 신체검사 등에서 발견 못 한 문제가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는 그전부터 많이 듣던 내용인데도, 상담인데도, 순간적이긴 하지만 마음에 충격은 새롭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미 각오한 일이고, 아이가 양육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부모라면 낳은 자식도 아프다고 외면하지 않는데, “네 선생님! 말씀 감사합니다. 우리도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결정한 일이고, 부모가 되는 기회를 얻고 싶고, 아이에게도 가족이 되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내 아이라면 당연히 짊어질 인생이니, ‘기도하며 잘 키워야지!’ 하는 마음을 다잡고, 친부모가 되는 첫걸음으로 최종 입양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어쩌면 입양기관의 충고나 가정법원의 권면보다 아이를 맡게 되는 이 순간 더 막중하게 다가왔다. 그 어간 뒤돌아보면, 많은 기다림에 우리 부부의 마음이 흔들리게 하는 일 처리도 있었고 어려운 결정의 순간도 있었지만 ‘혹시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해도 하늘의 뜻이니’ 감내하는 무모한 용기를 밑거름으로, 다행히도 현재까지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입양과 출산이 다르다고 말한다. 우리는 키워보니 차이라면 좀 늦게 만난 것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양육하는 아이에게 생기는 어려움이라면 입양이나 출산이나 다르지 않다. 우리 가족 첫째는 출산으로 낳아, 출산을 모르거나 입양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둘 다 경험해 보았다.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안았던 그때나, 둘째 아이를 입양으로 안을 때나, 그 기쁨은 그 나름대로 크다. 아이 키우기는 고된 일이기도 하지만 출산으로 낳으나 입양으로 안으나 양육이 더 쉽고 어렵고는 없다. 그래서 보통 출산은 배로, 입양은 가슴으로 낳았다고 한다. 어느 자식 하나 아프면 잠 못 자고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고 함께 아파하며 지새운 나날이 있어, 지나온 세월은 따뜻한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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