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은경 소방사<음성소방서 중앙파출소>

미래가 불투명해 무던히도 고민하던 대학교 4학년때,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삶은 참 살아 볼만하다고, 얼마나 재미있는 세상이냐고. 그땐 당장 내 눈앞이 캄캄해서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교수님의 그 말씀이 귀한 의미가 되어 제게 다가옵니다.

저는 지금 음성소방서 중앙파출소의 새내기 소방관입니다. 낯설게만 느껴졌던 근무복이 제 옷이 된지 오늘로 꼭 한달째입니다.
문예창작을 전공했던 제가 소방분야의 직업을 갖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었기에 발령받기 전까지만 해도 두려움이 가득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파출소에 와보니 저의 두려움이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중앙파출소에 여직원이 근무 하는건 처음이라며 낯선듯 바라보다가도 이내 따뜻한 미소로 저를 한 가족으로 맞아주셨습니다.

아빠같고 오빠같은 소방관 선배님들, 그분들 덕분에 전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화재진압에 필요한 교육을 받았는데 관창을 잡고 물을 쏴보기도 하고, 공기호흡기도 착용 해보고, 고가사다리도 타보았습니다.

아무리 긴박한 상황에 닥쳐도 안전이 제일이라며 작은 것 하나까지도 꼼꼼히 가르쳐 주시던 반장님과 선배님들, 그분들의 완벽한 시범에 불안은 저만큼 달아나 버렸습니다.
TV에서만 보아왔던 일들을 직접 해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했는데, 한편으론 정말 화재가 발생하면 어쩌나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얼마전 처음으로 화재현장에 출동하게 되었습니다.
화재출동을 알리는 싸이렌 소리와 함께 정신 없이 달려나가는 선배님들 틈에 끼어 저도 소방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말할 수 없는 긴장감으로 가득찬 소방차안에서 저는 방수복을 입고 장갑을 꼈습니다. 그리고 또 뭘 해야 하나,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몇분후 현장에 도착했고 저는 방수모도 쓰지 않은 채 차에서 내렸습니다.
다행히 큰 화재가 아니어서 몇분만에 진화되긴 했지만 공장을 덮은 검은 연기와 타오르는 불은 저를 당황하게 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다들 뛰어다니는데 뭘 해야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제가 얼마나 한심스럽던지 돌아오는 차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첫 출동이라고는 하지만 방수모도 쓰지 않고 호스도 못잡고, 이러고서야 어디 소방관이라고 할 수 있겠나하는… 내 자리를 잘못 찾는게 아닌가 하는… 하지만 숨한번 크게 쉬고 다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화재가 발생해도, 어떤 사고현장에 가게 돼도 기본이 되어 있는 소방관, 준비된 소방관인 음성소방서 선배님들과 함께라면 꿋꿋이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날 화재 현장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선배님들의 모습에서 멋있음과 함께 저 나름대로의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얼마되지 않아 소방일이 어떻다고 언급하진 못하지만 저는 참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미 넘치는 멋진 소방관들과 한 가족이고, 남을 돕는 의미 있는 일이 제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삶은 정말 살아 볼만한 것인 것 같습니다. 아직 배울것도 경험해야 할 것도 많은 저에겐 더욱 그런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가족으로 받아들여주신 음성소방서 선배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멋진 선배님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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