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과 교수,행정박사

 
 

근대국가 이후 정치체제에서 가장 큰 특징은 민주주의의 확산을 들 수 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고대 국가 이후 대부분 정치체제는 왕조체제를 유지하였다. 동양과 서양 모두에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물론 한 왕조의 몰락과 신흥 왕조의 등장에 있어서 차이는 보이지만, 왕조정치를 중심으로 국가통치체제는 동서양 모두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던 것이 미국이 독립하면서 공화정을 중심으로 한 오늘날의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영국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 입헌군주제의 형태로 왕정이 존재하나 정치체제는 국민의 투표와 선출된 이들 중 대표에 의한 국정운영은 다른 공화정 국가와 다르지 않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고 자신들의 정치체제를 구상할 때, 유럽의 지식인들은 미국의 왕이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였다고 한다. 공화정과 같은 것은 작은 도시국가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미국과 같은 어마어마한 국토를 보유한 곳에서는 부적합하다고 보았다 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들 지식인의 예측과 달리 대통령중심제의 공화체제를 선택하였고, 이는 다시 프랑스혁명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로 확산되었다. 오늘날에 있어서 공화주의적 정치체제는 현대 국가체제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당초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에 의한 견제와 균형에 의한 국정운영의 민주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선출된 입법부와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법치주의 수호자로서 사법부 그리고 선출된 임기제의 정치인에 의한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행정부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체제의 안정성과 통치의 민주성을 확보하고자 설계된 것이 오늘날 현대 민주주의 정치체제 국가들이 가진 공통적 통치구조이다.

그러나 공화정(共和政)은 어느 순간부터 국민 모두에게 정치인이 될 것을 강요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치 과잉을 낳고 있다. 포퓰리즘적 정치행태는 국민을 정치로 내몰고 있다. 주말 서울 광화문과 시청 등 도심지는 온갖 정치세력들의 정치구호로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 물론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적 권리이지만,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정치집회가 수년째 열리고 있다. 또한, 정치적 이념이 다른 사람과는 가족 간에 식사도 같이하지 않으려 한다. 특정 범죄행위에 엄벌을 주장하였던 국민이 이와 유사하지만, 그 경중은 더 강한 사안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하며 데모를 하고 있다. 국정농단 당시 여대 입시와 이전 정권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그리고 전직 대통령의 뇌물죄와 현직 야당 대표의 뇌물죄 등은 유사한 법리적 구조를 가졌음에도 국민의 판단은 전혀 달리하고 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 최후의 보루와 같은 사법부가 정치에 오염되었다는 것을 의심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제 정치 과잉을 끝낼 때가 되었다. 정치도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이다. 일반 국민이 과도하게 정치에 관심과 개입을 하려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정치에 과도한 에너지가 몰릴수록 민주주의는 더욱 위협받을 수 있다. 아마추어적 관점의 목소리가 정치에 무분별하게 반영될 때 정치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애초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선출직의 임기를 둔 이유는 이들의 무능과 폭정가능성을 제한하고자 하는 데 있다. 우리 국민이 할 것은 건전한 상식을 통해 투표권을 통해 정치인들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그 나라 정치인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이기도 하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