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섭(감곡 왕장2리장)

지난 14일 감곡면 이장단협의회 총무로부터 걸려온 한통의 전화. “15일 오전8시 20분까지 감곡면사무소로 나와주세요” 그래서 “왜 그러는데요” 했더니 “15일 공무원파업에 관련해서 반대데모를 할 예정이니 꼭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한다. 무심결에 “예”라고 대답했다.

여론은 물론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노조원들은 초겨울의 칼바람을 맞으며 파업을 감행했다. 대부분의 방송과 신문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지난세월 공무원인 철밥통들은 불친절의 대명사로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국민들의 지탄과 비난을 자초해온 것이 사실이다.

권력과 가진 자들의 대변자로 살아왔던 그들! 과거의 공무원들은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총선에서 여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마을을 누비며 여당후보의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해오지 않았던가.
또 각종 이권과 인허가에 개입해 부정축재도 서슴지 않았고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공무원사회가 ‘국가대표 부패집단’이라 말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변화를 싫어하는 집단이 정치권과 공무원사회라는 것에 이견을 달 사람이 있을까? 현실에 안주해 국민들 위에 군림하며 그저 세비와 월급이나 축내며 권력자들과 가진 자들의 충실한 개로 충성해 오지 않았는가!
이랬던 공직사회였기에 이번 파업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었을지도 모른다.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들이 철밥통이라는 불리는 그들이 왜? 노동자들의 최대 무기라 불리는 파업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빼들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부정부패 척결을 통해 철밥통을 스스로 깨버리려는 자정노력이 파업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 본다. 또한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평등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자신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하위직 공무원 한사람 한사람은 너무도 나약한 존재다. 윗사람들에게 밉보이거나 눈밖에 나면 한직이나 오지로 밀려나는 것이 공직사회의 현실 아닌가? 자치단체장의 건축비리를 고발한 고성군청의 모 공무원이 공직사회의 사형선고와도 같은 해직을 당한 신문기사는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부정부패를 뿌리뽑기 위해 힘없는 하위직 공무원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만들고 스스로 정화활동을 하려는 것은 투명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그들의 가상한 노력이며 과거 국민들에게 진 빚을 갑기위함이라 생각한다.
힘있는 자의 편에서 그들의 입맛에 맞게 일을 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편에서 국민들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일 처리를 하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완전한 기본권을 가진 공무원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잘못된 생각일까?

공직사회 내부 부패문제를 스스로 견제하고 정화하기 위해 내부고발을 하는 살아있는 양심을 가진 공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공무원 노동조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명절 때의 관공서 풍경은 선물꾸러미가 넘쳐 났던 것이 현실이었으나 2004년 추석에는 음성군의 공무원 노동조합을 비롯해 전국의 공무원 노동조합이 떡값이나 과도한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자체감시에 나서는 등 공직사회 부패척결을 위해 한 노력은 내부자정의 첫발을 내디딘 예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은 공무원 노동조합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국민을 위한 진정한 의미의 공무원으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이며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자정결의인 것으로 믿는다.
지난 1988년에 “현역군인, 경찰, 교정·소방공무원을 뺀 모든 공무원은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할 수 있고 쟁의행위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무원노조 입법안을 대표로 발의한 이가 바로 오늘의 대통령이고, 그 비슷한 법안에 동참한 이가 바로 오늘의 국무총리 아닌가!

2002년에 노조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이가 바로 오늘의 열린우리당 의장이고, 지금의 여당 원내대표가 여기에 동참하지 않았는가!
이랬던 그들이 노동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노동3권을 요구하며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단순가담자까지 중징계 운운하며 마녀사냥식 징계로 이어지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제대로된 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그만큼 위로부터의 개혁은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내부로부터의 개혁, 아래로부터의 개혁은 조직원들의 자각에 의한 개혁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뒤따른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 때문에 공무원노동조합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대안이다.
그럼 현 정부가 공무원노동조합에 파면, 해임과 같은 중징계의 칼날을 들이대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기득권 층이 독점하던 권리를 쉽게 놓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수십년 동안 입으로만 국민의 봉사자 입네 하면서 사실은 기득권 층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앞장서던 하위직 공무원들이 이제는 정말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본다. 이제 수십년간 누려오던 기득권의 독점을 국민과 나눌 때가 됐다.
이런 진실을 묻어버리고 그저 공무원들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해 파업을 했다고 홍보한 정부와 이를 앵무새처럼 보도한 언론에 책임이 크다고 본다.

진정으로 당신은 파면과 해임 당한 그들의 가슴에 돌팔매를 던질 수 있나?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고 부정부패 추방과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파업에 동참한 그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지는 못할망정 돌팔매는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징계로 인해 피해를 입고 고통을 당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자.

공무원노조 파업에 동참하지 못했던 몇몇의 공무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파업에 함께 하지 못한 동료직원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고통으로 호소했다.
또 지금은 과거 7,80년대 군사정권아래 공안정국을 방불케 한다는 말도 했다.
마지막으로 부정부패 추방과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을 위해 앞장서 달라고 공무원노조에 간곡히 부탁한다.
총무로부터 걸려온 한통의 전화로 인해 올 겨울은 정말 공허하고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

<독자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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