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렬 교장(음성대소초등학교)

 
 

산에도 들에도 우리들 마음에도 어느새 봄은 찾아 왔다.
식목일 행사로 6학년 아이들과 울타리에 넝쿨장미 150주를 심으며 어서 빨리 자라 예쁜 꽃을 활짝 피워 우리 1,300여 꿈나무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였다.

36년간의 기나 긴 교직생활! 그런대도 연륜이 더할수록 사람이 사람을 낳는 것도 어렵지만 그보다 더욱 어려운 일은 기르기이고, 기르기보다 더욱 어려운 일은 가르치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가끔 학교 앞 논밭의 비닐하우스에 가서 새싹들을 아기 돌보듯 온갖 정성을 다하는 농부들을 접하며 나도 농부가 된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살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농부가 농작물을 가꾸어 가는 일이나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기르는 일이나 가꾸어 가는 일은 같다고 본다.
농부는 농작물을 가꾸는 데 온갖 정성을 다한다.
싹이 트고 자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는 수십 번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농부는 매일 매일 정성을 다 할 뿐 조금도 조급해 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농작물이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제 심은 씨앗을 오늘 파보고 뿌리가 돋아났나 살펴본다면 그 씨앗은 끝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죽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도 이러한 원리 속에서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농부는 1년을 기다리지만 교육은 20여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언젠가는 훌륭한 인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매일 매일 정성을 다해 보살펴야 할 것이다.

학부모도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받아쓰기 시험을 보았는데 2개가 틀렸다고 ‘이크! 틀렸구나’하고 비명을 지르는 일은 없어야겠다.
한 아이는 16년간의 교육기간을 지나는 동안 수없이 탈바꿈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당장 가까운 결과를 보고 너무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해서는 안 될 것이다.

관자는 1년을 생각하면 벼를 심고 10년을 생각하면 나무를 심고 100년을 생각하면 사람을 심는다고 하였다.
하나를 심어서 하나를 얻는 것이 벼이고 하나를 심어 열을 얻는 것이 나무이고 하나를 심어서 백을 얻는 것이 사람이라고 하였다.
많이 심은 자는 많이 거두고 적게 심은 자는 적게 거두고 심지 않은 자는 아무것도 거둘 것이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가을에 곡식을 수확하는 기쁨은 잠깐이고 교육의 수확은 영원한 것이다.
‘교육은 한 송이 꽃을 가꾸는 일이다.’
나는 페스탈로치가 황무지를 개간하여 빈민학교를 열고 도산 안창호 선생이 대성학교를 세웠던 위대한 교육자들의 길을 되새기며 오늘도 아름답고 싱싱한 꽃나무를 가꾸듯 우리 1,300여 꿈나무들을 가꾸는 보람으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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