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음식의 맛을 구분하는 사람들"

祭祀와 관련된 신기한 이야기는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 왔다. 한 밤중 고갯마루에서 하얀 소복을 입고 손을 드는 여인을 태워다 주고 나서 돈을 가지고 나오겠다던 여인이 나오지를 않아 들어가 보니 태워 준 장본인이 제사상 위에 놓인 영정 사진 속의 인물이더라는 택시기사의 이야기는 진위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구전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 진 사실.

필자도 오래 전부터 수차례의 글을 통해 밝힌 바가 있다. 모친의 묘지에 수맥이 흐르니 이장을 해야 한다고 일러 주었으나 믿지 않던 중 모친의 제삿날, 제사상 앞에서 큰아들이 갑자기 쓰러지고 상 위에 놓였던 모친의 영정사진이 엎어지고 제켜지는 놀라운 일을 겪고 나서야 수맥을 인정했던 서울의 L씨 집안. 증조부의 제삿날 실수로 조부의 지방을 바꾸어 놓았다가 진설하던 술잔을 연거푸 떨어뜨리고 세워 놓은 지방이 넘어가곤 하던 음성에 J씨 집안. 그리고 조작여부가 끊임없이 나돌며 네티즌들의 찬반 여론이 들끓었던 한 장의 사진에는 병풍 앞 제사상 위에 정체불명의 손 두개가 찍혀 있는 사진이 인터넷 사이트를 떠돌기도 했다.

또한 전남 광주에 S씨 댁은 예기치 않은 화장을 당한 후에 유골가루를 물에 부리는 바람에 머물 곳 없어 떠도는 모친의 영가가 빙의 된 딸이 모친의 제삿날, 제사상을 둘러엎고 화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숙모의 뺨을 때리고 제사상을 둘러엎는 기이한 일도 있었다. 그 이외에도 제사음식은 맛과 냄새가 일반 음식과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 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신기할 정도로 정확하게 제사상에 올라갔던 음식은 올라가지 않은 음식을 신기 하리 만큼 정확하게 골라낸다고 주장했다.

이따금씩 2~300여 명의 노인 분들이 모여 있는 곳에 초청 강의를 하곤 하는데, 그분들에게는 수맥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잘 살고 잘 죽는 방법을 알려드리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때가 있다. 특히 제사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노인 분들에게 반드시 던지는 질문이 있다. 일반 음식과 제사 음식의 맛이 다르다는 것을 식별할 수 있는 분들을 파악하여 보면 강의하는 곳 마다 전체 참석 인원들 중 5~7% 의 사람들이 맛과 향이 다르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례들을 볼 때, 현대과학으로 입증을 할 수는 없으나 실제로 조상의 영가들이 제삿날 찾아와 자손들이 올리는 음식을 흠향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제수 용품은 대부분의 가정들에서 제사 당일 날 장만하는 게 통례이다. 그러나 제수로 쓸 식품만을 별도로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를 비치해 두고 가장 좋은 제수용품을 연중 구입하여 저장해 두었다가 제사에 임하는 가정도 있다. 최근에는 제삿날 추도예배나 천주교식 연도로 대신하는 가정들이 많이 늘어났다. 이 방법 역시 조상을 기리며 넋을 위로하는 뜻으로 제사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음식을 차려 놓지 않고 기도만으로 임하는 가정들이 있는데, 기왕이면 정성껏 음식을 장만하여 진설해 놓고 기도 후에 함께 나누며 오순도순 자손들과 조상과의 정을 쌓는 자리가 되었으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한다.
아울러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족들 꿈에 조상이 나타나서 “배가 고프다”는 수많은 실증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 인가를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씨앗에서 싹이 터 물과 양분과 햇빛을 받고 자라나는 과정은 같지만 씨앗이 떨어진 장소와 주변 환경에 따라 성장하면서 많은 차이가 난다. 이와 같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조상을 잘 섬기느냐, 박대하느냐에 따라 바로 그것이 인생의 결실이 ‘풍성하게 맺히느냐! 쭉정이로 맺히느냐’로 구분되는 ‘갈림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큰 복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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