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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놀이터이평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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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6.03.28  10: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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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살과 불어오는 봄바람은 어릴 때 친구처럼 밖으로 불러낸다. 그때처럼 하던 일을 접어두고 밖으로 나간다.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산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동네 산으로 가는 길, 아파트 앞에는 유치원 가방을 둘러맨 아이들을 만나고 그 옆에는 으레 젊은 엄마들이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 추리닝 차림에 조금은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처럼 수다 떨기에 여념이 없다. 그 모습은 지나간 세월 속에 숨어버린 바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혼자 웃음 짓는다.


동네 산이라고는 하지만 가파른 곳도 몇 군데 있어 다리가 아프고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그럼에도 집안일을 제쳐두고 산을 오르는 것은 힘든 것을 상쇄하고도 좋은 점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느 산은 어디를 가나 시민을 위한 편의 시설과 체육시설이 잘 되어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국민 체육향상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길에 쓰레기가 예전보다 없는 것을 보면 시민 의식도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건강에 집중되어 있는 요즘에 산속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어떤 때는 좁은 오솔길을 걸어가려면 양보를 하고 또 받으며 걸어야할 정도로 시민들이 많이 이용한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요즘은 노인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그분들은 거의 일과처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산을 오른다고 하는데 젊은 사람 못지않게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어쩌면 공원의자에 앉아 우두커니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건강을 위하여 산을 오르는 편이 훨씬 좋은 것 같다.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산을 오르다 보면 여러 명이 어울려 체조를 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모습을 본다. 나는 그 속에 끼지 않고 구경하는 입장에 있다. 앞에 나서서 리더하는 분이 계시는데 체계적으로 배운 솜씨 같지 않지만 따라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제법 진지하다. 체조가 끝나고 의자에 앉아 쉬는 시간이면 노래를 잘하는 사람의 멋진 소프라노 목소리의 가곡을 들을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이처럼 산은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고 자연의 사랑을 흠뻑 심어주기도 한다.


병아리 같은 유치원생들의 모습도 자주 보는 풍경이다. “하나 둘, 셋 넷” 선생님의 구령 소리에 맞추어 걸어가는 모습이나 여러 가지 놀이기구에서 마음껏 행동하는 아이를 보는 일은 대학생 엄마가 보기에는 사랑스럽기만 하다.


숲 속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며 자연을 배우는 아이들은 산의 크기만큼이나 큰 희망과 꿈을 키울 것이다.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새파란 하늘을 볼 수 있고 새소리를 들으며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 키가 큰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노는 청설모와 다람쥐를 본다는 것. 이 모두가 얼마나 축복인가.


나 또한 산을 오르며 얻는 것이 참으로 많다. 나태해진 일상을 맑은 공기 마시며 하루를 계획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하여 건강을 단련하는 일은 내게 비타민 같은 시간이다. 또한 빠르게 달려오는 봄기운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새싹을 보면 없던 힘도 생기고 의욕이 살아나는 기분이 들어 생명의 소중함도 느끼게 된다. 스쳐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또한 살아가면서 묻은 생활의 찌꺼기를 정화 시키고 새 기운을 충전시켜 활력소를 마련해 갈 것이다.


혼자 산길을 걸으며 사색하는 기분이 남다르다. 말랑말랑한 흙길의 감촉이 마치 잘된 밀가루 반죽 같다. 그 감촉을 발바닥으로 느끼며 수많은 발자국의 흔적들 속에 들어있는 여러 사람들의 인생의 여정을 그려본다. 인생을 많이 경험한 어른들의 삶, 중년 부부의 따뜻한 미소, 젊은 연인들의 사랑의 이야기, 유치원 꼬마들의 순수한 동심의 세계가 숨어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모든 사람들의 숲 속 놀이터에서 인생을 배운다.

 

<가섭산의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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