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숙

 


주식에 손을 댄 것이 삼년전의 일이다.

남들처럼 투기목적으로 일확천금을 꿈꾼다거나 금리가 너무 낮아서 여유돈을 주식에 넣으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글감을 찾다가 우연찮게 주식시장을 생각해 냈다.

내 주변에, 주식투자하는 사람들은 주가가 천정부지로 솟아도 털어 먹은 사람들뿐이다.


간혹 재미 봤다는 사람도 있지만 며칠 안 가서 날려 버렸다고 한다.

왜 그럴까 분석도 해보고, 나를 매료시킨 대목은 투자 전문가가 아닌 정통 수필가가 쓴 주식이야기는 흔치 않다는 점이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얼마를 넣었다가 모두 날려서 ‘주’자 들어간 물건도 사지 않는다 든가 다시 주식에 손을 대면 사람이 아니라는 극히 개인적인 얘기뿐이다.


나 같이 서민이 생각하는 주식시장은 돈만 왔다 갔다 하고 일원 한푼어치의 인정머리 없고 살벌한 놀음판 같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거기도 사람이 모이는 장소인데 어찌 애환이나 즐거움, 재미가 없겠는가.

문학적 가치로서 신선한 소재란 보기에 깨끗하고 순수하고 수준 높은 소재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작가들이 눈 돌리지 않는 곳, 인정머리 없는 곳에서 인정을 찾아내고 살벌한 곳에서 재미를 찾아내는 것도 작가들이 해야 할 몫이다.

그런 이유로 간 크게도 주식 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다.

주식의 전문 용어는 국어사전에도 없는 신종 용어 들이 많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주식에 문외한인 내가 전문 용어 하나도 어떤 뜻인지 알아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방대한 주식시장을 발로 찾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 하더라도 누가 자세히 가르쳐 주겠는가. 일분일초를 다투는 곳에서 말이다.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으면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 할 걸 하는 후회가 막심했다.

그 무렵 아는 사람의 소개로 어렵사리 여성투자전문가 한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내 얘기를 들은 그녀는 “저는 돈 벌어 줄 수 있는 일 이외엔 하지 않아요.”웃으면서 말하고는 월 오만원 불입 삼년 만기 적립식 펀드를 권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약하지 말라며 그래야 글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많은 돈이 아니기에 선뜻 가입했다.


지난 삼년간 그녀는 주식에 관련된 아주 기초적인 책도 보내 주고 가끔 전화를 걸어와 “숙제 잘 하고 계시죠?”묻곤 했다.

작은 돈이지만 불어나는 재미를 느끼며 책을 보고 기초적인 지식도 조금씩 쌓아 갔다.

며칠 전에 내 적립식 펀드는 연 16.5%로 많은 이익을 남기고 만기 출금했다. 주식의 초보자로서는 천운이라고 나를 봐 주던 투자 전문가는 말했다.

주식은 집안 살림하듯 기초부터 탄탄하게 쌓아가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그때서야 가르쳐 주었다. 없어도 될 여유돈, 주가가 바닥을 친다해도 가사에 타격 받지 않을 푼돈으로 조금씩 조금씩 불려 가야 한다고 일러 준다.

인복이 있어 내 성향에 맞는 투자 전문가를 만났다.


만약 거침없는 성격의 투자 전문가를 만났으면 결국 실패를 했을 것이고 나도 남들처럼 ‘주’자만 들어도 진저리 치고 주식공부를 벌써 집어 치웠을 것이다.

주식뿐이 아니라 살림살이든 돈버는 일이든 글공부하는 것이든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고 믿는다.

글 쓴답시고 기초 지식도 없으면서 주식 시장에 눈을 돌렸다가 고생한 나로선 절실하게 느낀다.

앞으로도 주식 공부든 수필공부든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고 꼼꼼히 짚어 가야겠다.

 

<가섭산의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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