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이란 빛을 따라 굽는 식물의 굴광성이나, 불을 보면 모여드는 오징어나 나방이의 '추광성'처럼 헛소문을 사실로 몰고 가는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다. 사실에 근거하지도 않은 것을 사실처럼 왜곡하는 소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낭패를 보고, 얼마나 많은 일이 잘못되고 있는가.
"1946년 여름, 기근이 돌 거라는 소문이 남아프리카 대륙을 휩쓸었다. 그러나 기후는 곡식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최고의 여건과 추수하기에도 좋은 날씨가 지속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소문을 듣고 놀란 2만 명이나 되는 소작농들이 농토를 버리고 도시로 도망가 버리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농사를 망치게 되었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기아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기근이 든다는 소문은 사실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이처럼 소문은 허위를 사실로 다가가게 하는 위력이 있다.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J씨는 선친의 묘지감정을 받고 나서 2년 동안 이장을 준비해 왔었다. 이장 날짜가 3일 남은 어느날, J씨로부터 ‘지금 당장 선영(先塋)으로 와 줄 수 있겠느냐?’는 연락이 왔는데 이유는 그랬다. 지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묘를 이장하고 있는 중인데, 묏자리는 모 수맥학회에서 받은‘수맥탐사가 자격증'을 소지한 지관이 와서 잡고 있다고 했다. 조부모의 묏자리를 잡아주고 난 지관은 3일 후에 이장하게 될 선친 묘지도 봐 주겠다며 엘로드를 잡고 왔다 갔다 하더니 "수맥이 다 비켜 지나가고 봉분에는 수맥이 흐르지 않는다." 라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사촌과 집안 어른들이 ‘묘지에 이상이 없는데 엉뚱한 짓을 하려 드느냐? 절대로 이장 할 생각 하지 말라.’ 는 등, 자신이 곤경에 처해 있으니 해명 좀 해 달라. 는 것이 이유였다. "그 지관 절대로 가지 못하게 하라."는 부탁과 함께 채 두 시간도 걸리지 않아 현장에 당도했다. 꼼짝말고 기다리라는 지관은 내 이름을 듣는 순간,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급히 떠나갔다고 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재차 수맥탐사를 해 보이며 “지관은 거짓말을 해도 수맥은 거짓말을 못한다. 3일 뒤에 바로 진실이 밝혀 질 것이니 그 때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했다.

수맥도 모르는 자가 어떻게 자격증을 취득했을까! 지금 작업하고 있는 저 묘소는 수맥을 피했을까? 말에 의하면 파묘할 당시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유골은 누런색을 띄고 있었다고 했다. 오호! 통재로다. 그런 유골을 두 개의 수맥이 겹쳐 흐르는 곳으로 안장하였으니 걱정스럽다. 차라리 ‘수맥탐사가 자격증’을 내 보이지나 말지, 이처럼 탐사 능력도 없는 이들에게 자격증을 남발한 이들은 누구란 말인가? 가르치는 그들이야말로 수맥을 알기나 하고 남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정확하게 수맥을 찾아 낼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 발굴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능력도 없는 이들에게 자격증을 남발하는 행위 만큼은 중단돼야 한다. 이토록 중차대하고 심각한 현실들이 비일비재하게 확인되고 있는 현실을 그들은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시시비비를 따진다면 이는 분명히 자격증을 취득한 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가르치고 자격증을 남발한 자들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이다.

3일 후, 태풍 '산산'이 대한해협을 통과하며 영호남지방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던 그 시각, 경기도 지방에서 맞는 날씨로는 최상의 기후가 펼쳐 졌다. 드디어 묘는 헐리기 시작했고, 사촌과 집안사람들의 시선은 독수리가 병아리를 노리고 있는 듯 했다. 3일 전에 큰소리 쳤던 나의 주장이 사실과 다를 경우, 봉변이라도 주겠다는 기세였다. 드디어 광중을 덮고 있던 생석회 굳은 회닫이가 제켜졌다. 물이 찾다 빠졌다 했던 선명한 물 자국과 8년 된 시신은 반 쯤 썩은 상태에서 뼈와 살은 마치 커다란 숯덩이를 연상케 했다. 사촌들과 집안사람들의 표정은 놀라움과 함께 J씨에게 이구동성으로 "이장하기를 잘 했다" 위로를 해 주었고, 가족들은 나를 믿고 결단을 내렸던 자신들의 판단에 크게 만족해했다.

그러나 J씨의 선친은 잘 모시었으나 좋은 자리에 있던 조부모의 유골이 十자 수맥으로 이장되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 “막내아들 장가 좀 보내 주시오, 자식들 사업 좀 잘 되게 보살펴 주시오, 집안에 우환들 좀 다 쓸어 가 주시오.” 영감의 묘소 주변을 돌며 간절히 기원하시던 J씨 모친의 모습이 아련하다.

<재미있는수맥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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