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인정 많은 부자(富者)가 살고 있었다. 그는 찢어지도록 가난하게 살고 있는 마을의 목수에게 "우리 부부가 여행을 하는 동안 건축비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말고 멋진 집을 한 채 지어 주게." 하고 부탁을 해 놓고 길을 떠났다. 목수는 이 기회에 한 몫을 챙길 생각을 하며 속으로 무척 기뻐했다. 그리고는 형편없는 초보자 인부들을 불러, 싸구려 건축자재로 날림공사를 하여 집을 지었다. 구멍이 나고 갈라진 곳은 땜질을 하고 칠을 해서 겉보기에는 매우 아름답게 보였다. 부자가 돌아왔을 때 목수는 "열심히 이 집을 지었습니다."하며 열쇠를 건넸다. 그러자 부자는 열쇠를 목수에게 다시 주면서 "이 집은 내가 자네에게 주는 선물이네."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가난한 목수는 땅을 치며 후회했다고 한다.

인생은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좋은 재료로 집을 잘 지은 사람은 좋은 집에서 편하게 살 수 있고, 나쁜 재료로 엉터리 집을 지은 사람은 나쁜 집에서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 나의 일상적인 삶이 바로 나의 집을 짓는 것이다. 성실하고 정직하며 사랑의 삶을 사는 사람은 사랑의 집을 짓는 것이고, 부정직하게 사는 사람은 엉터리 집을 짓는 것이다. 하루라는 집을 잘 지으면 1년을 행복할 수 있고, 1년이라는 집을 잘 지으면 일생을 행복할 수 있고, 일생이라는 집을 잘 지으면 영원히 행복할 수 있다. 우리가 그동안 지은 집은 어떤 집인가? 하루를 살기 위한 집인가? 1년을 살기 위한 집인가? 아니면 영생을 살기위한 집인가?

P씨의 선친은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창의력이 뛰어나 만물박사로 통하며 주변 사람들을 곧잘 놀라게 하곤 했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선생으로 사회의 첫 발을 내디뎠던 선친은 H그룹 J 회장의 5학년 때 담임을 맡기도 했었다. 그러나 선친은 더 큰 뜻을 이루기 위해 고시 준비를 했고, 당당히 사법고시에 합격, 초등학교 선생에서 일약 검사로 변신을 하게 된다. 비록 가난은 했지만 엄격한 가훈 속에 자랐던 선친은 법조계 내에서도 강직하고 청렴결백하여 청백리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기도 했다. 새 부임지로 발령이라도 나면 지역신문에서는 “근면 검소의 대부 OOO검사장 부임”이란 대문짝만한 글씨로 소개되고는 했다.

오랫동안 법조계에서 몸 담고 있던 선친은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두루 접하게 되었고 그 안에는 이름난 풍수사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풍수에도 눈을 뜨게 되었다. 그러나 국풍수로 군림했던 k모씨(ㅇㅇ풍수지리학회 설립자)를 비롯한 자칭 최고를 자처하던 풍수사들을 많이 알게 된 것이 불운의 시작이 될 줄이야.....
이름난 지관들을 만나면서 선친의 마음속에는 서서히 과욕이 싹트기 시작했다. 지관들을 선영으로 초대하게 되었고 여러 지관들의 합작품에 의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묘지를 전국의 대 길지를 찾아 세 번의 이장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초대 되었던 지관들마다 수맥에 무지했으니 수맥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결국 한창 일할 나이에 선친은 세상을 뜨게 되었고, 자손들의 삶도 점차 피폐해져 갔다.

원인을 찾던 중, 나를 만난 P씨. 수맥에 관심을 갖게 되며 묘지 감정을 받고 나자 다시 이장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안무 자욱한 10월의 아침. 네 번째 이장을 하게 된 조부모 묘와 한차례 이장을 했던 선친의 묘를 고향 선산으로 이장하기 위한 파묘가 시작되었다. 조부모와 선친의 묘소에는 석관 뚜껑 윗부분까지 찼다가 빠져 나갔던 흙탕물 흔적이 뚜렷이 드러나 있었다.

사람은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어 한다. 조상의 묘를 이리저리 옮겨 가면서 까지 자자손손 부귀영화를 누려 보려는 망상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방문했던 가정들 중에는 열네 번과 열두 번을 옮겼던 묘지들도 있었다. 이장을 많이 했던 가정들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에는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었으나 현재는 어려움 겪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예로부터 부와 명예를 거머쥔 집안에는 자칭 ‘명 풍수’를 자처하는 가짜 지관들의 유혹을 받게 된다. 당연히 돈 많은 집안들을 찾아가서 묘를 이리저리 옮기도록 쑤석거려야 큰돈을 벌 수 있으니 엉터리 지관들에게는 미혹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수년 전부터 정치인들의 대권을 향한 조상 명당모시기 붐이 일었다. 더욱 원대한 포부와 자손만대 부귀영화를 꿈꾸며 이장을 했던 묘들은 과연 어떠한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장 전보다 사태가 더욱 나빠져 있다는 것이 공통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미있는수맥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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