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란

설날 아버님의 산소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앙상한 나무 가지 위에 빈 새둥지가 덩그마니 얹혀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얼마 있으면 우리 곁을 떠날 큰 아이가 생각나서 왠지 마음이 허전하였다.


우리 집 큰 딸은 어렸을 때부터 키는 작았지만 엄마가 해야 할 몫을 잘 도와주는 든든한 아이였다.

그 딸이 지금 고등학교에 입학하려고 한다.

딸아이가 중학교 졸업을 하면서 친구들과 떨어지는 것이 못내 섭섭했는지 눈물바다를 만들었다.


그런 딸의 모습이 엄마의 눈시울도 뜨겁게 적셨다.

엄마라는 둥지는 허전함과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주지 못한 부족한 둥지였다.

직장에 다닌다고 아이들 스스로 자라기만 강조 했던 엄마였다.

그래서 우리 딸은 따뜻하고 다정다감하게 자라지 못하고 학교생활이나 가정에서도 강하게 컸던 것 같다.


그로 인해 사춘기도 힘들게 겪었고 엄마인 나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힘들었다.

그것은 엄마로서 사랑을 듬뿍 심어주지 못한 결과였다.

그동안 나는 사춘기를 맞은 딸을 통해서 나를 배웠고 친정 엄마의 얼굴을 떠올린 적도 많았다.


엄마 말씀에 엇나가기만 했던 어렸을 때 내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더 아팠는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사춘기도 지나고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어 기숙사로 들어간다고 짐을 정리하는 것을 보면 대견스럽고 감사하다.

남편은 큰 딸과 떨어지는 것이 섭섭한지 가족여행을 하자고 한다.

좀 더 딸과의 떨어짐을 위안하고 싶은 것 같아서 남편 등이 더 쓸쓸해 보인다.


사랑하는 딸아!

우리 딸은 다른 곳에 둥지를 두게 되겠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엄마의 품 속 이라는 것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둥지를 떠나면서 다른 사람을 사귀고, 사회를 배우며 또 하나의 인생을 살아가겠지.

그곳에서 힘겹지만 새 둥지를 잘 지키며 꿋꿋하고 아름답게, 안락한 보금자리로 만들었으면 한다.


집의 둥지는 바뀌지만 새 둥지에서 너의 보람을 찾고 너의 귀한 인생을 배우고 잘 가꾸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엄마와 아빠는 너의 등 뒤에서 기도하며 영원한 후견자가 될 거야!

 

<가섭산의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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