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음성가정폭력상담소 소장)

 

우리나라에서는 최소한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성폭력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지않았다. 물론 아직도 성폭력이 엄연한 범죄행위임을 정확히 인식하지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성폭력범죄의 심각성을 볼때 이제 성폭력을 TV뉴스나 신문에서 보는 기사거리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성폭력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공식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부터이다.

 

성폭력은 강간뿐만 아니라 추행,성희롱,어린이 성추행,윤간,강도강간, 사이버 성폭력 등 피해 대상자에게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포괄한다. 성폭력은 남성의 본능적인 성충동에 의해 발생되는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그 사회의 성문화와 여성의 지위를 반영하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이다. 세계형사정책연구소에서 각 나라에 신고된 강간건수를 근거로 통계 낸 자료에서는 우리나라가 성폭력 세계 2위국이라는 기사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라면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갈수록 더 심각해져가는 성폭력 범죄 사건은 성폭력 피해자의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 대상 성폭력이 급증하고 있는데다가 성폭력 가해자 또한 청소년층에서 줄곧 1위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또한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만 한다. 다양한 성폭력범죄는 지금에 이르러 갑자기 발생하고 있는 범죄가 아니라  그동안 감추어져왔던 사건들이 이제야 사회적 문제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고 보여진다.우리의 상식을 초월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성폭력 발생률의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첫째로는 성을 평등한 남녀간의 만남으로 인정하지않고 남성을 성의 주체로, 여성은 대상으로 상품화하는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가 성폭력을 유발하는 중요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는 남성과 여성에게 각기 다르게 부여되는 이중적 성윤리 문화이다.

 

남자아이에게는 공격성을 남성다움으로 가르치고 여자아이는 순종적이며 착한 여자로 가르치는 것에서부터 이미 성폭력의 문제가 기인된다고 할 수 있다.남성이 성폭력을 했을 경우에도 때론 용기있는 남성다운 행동을 한 것으로 여기거나 부추기기도하면서 한때의 실수 정도로 허용하도록한다는 것이다. 성 상담을 하다보면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는 잘못 학습된 성 의식과 지식으로 인해 스스로가 범죄행위를 자행하는 가해자가 된다는 무서운 사실도 인식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미비한 법과 제도의 문제를 들 수 있다.성폭력 피해자는 고소를 하고 나서 그러한 고통을 견디지못하고 고소를 취하하거나 직장내 사건의 경우는 오히려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성폭력예방을 위한 보다 현실 가능한 강력한 법과 제도가 선행되어져야만 한다.

 

끝으로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가장 필요한 요소는 성폭력이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적 범죄라는 사실에 우리 모두가 인식을 함께 해야하며,따라서 이제는 우리사회가 함께 나서서 해결해나가야만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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