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외손녀가 씽크대 문을 연다.

돌아오지 않은 에미를 기다리다 지칠 때 면, 하루에 한 두 번 쯤은 씽크대 안에 그릇을 꺼내놓고, 징검다리를 건너듯 건너가며 무엇이 재미가 있는지 희열을 느끼면서 리얼하게 웃곤한다.


그러다 실증이 나면 마림바를 치듯 젓가락을 꺼내 마구 두드리며 논다.

위험한듯하여 노는 것을 지켜보다가 잠깐 빨래를 널고 왔다.

외손녀는 “엄마 하며 무엇을 내게 주었다.” 컵을 깨트린 작은 파편이었다 ‘아가 여기 오지 마 큰일 난다 ’파편의 잔재를 치우고 다시 청소기로 밀고 닦고 이제는 안심이다 아기도 다친 데가 없으니 말이다.


왜 그는 작은 조각을 내게 가져왔을까? 작은 조각이긴 하지만 예리하여 연한 살을 찔리기엔 섬뜩할 정도였다.

이탈된 작은 살점들로 컵의 생명은 끝났지만 작은 조각의 파편들이 이사회를 떠돌며 상처를 주는 일들 얼마나 많은가?

파편을 치우지 못한 곳에 앉았다가 돌아온 상처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사회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에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파편을 제거하는 일중에는 칭찬이 제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나씩 실천에 옮겼다.

칭찬을 하면서 사는 일이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칭찬을 하는 그 순간부터 나의 입술이 달고 마음이 가볍고 뿌듯하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칭찬 하는 것도 버릇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입술에 발린 칭찬이 아니라 진정 마음을 실어서 하는 칭찬이야말로 상대방과 나사이를 변화 시켜주는 통로가 아닌가 생각 해 본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하나가 있다 남에게 하는 칭찬은 아까울것이 없는데 나와 함께하는 남편에게는 정말 못 하겠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파편의 잔재가 날라 오기에 파편을 피하려 늘 멀리 있어야했다.

어릴때는 막내 라는 위치가 약자였고 결혼 후에는 남편의 빛이 강열하여 그늘로 숨기 급급했다.

아마도 칭찬할 여력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꼭 다물은 입술 속에서 오글오글 끓고 있는 언어를 그는 알 리가 없을 것이다 혼자 지피다 꺼버리는 모닥불도 34년째 가되었으니 한편 생각해보면 감사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약한 남편으로 고생하는 여인들을 볼때마다 폐부 깊숙한 곳으로부터 끌어 오르는 것이 있으니 이 묘한 감정에 스스로 놀라곤한다.

외손녀가 나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얼까 언제나 큰 것 만을 중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과 위험한 것에 대한 경종을 울리려 시도한 것은 아닐지!

작은 것에 대한 나의 시야를 넓혀야겠다.

 

<가섭산의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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